“저 고양이 밥 주는 사람인데요. 차 유리가 깨져있어 전화드렸어요.”
옥외 주차장에 차를 세워놨다가 파손 사고를 당한 운전자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사고있다.
지난달 13일 저녁 서울시 중구에서 계단형 옹벽 바로 옆에 주차한 A씨는 모르는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A씨에게 전화를 건 이는 자신을 ‘길고양이 밥 주는 사람’이라고 밝히며 “차 유리가 깨져 있어 연락드린다. 고양이들끼리 싸우다가 옹벽 위에서 돌을 떨어뜨린 것 같다”라고 말했다.
A씨는 차 유리가 파손됐다는 말에 당황했지만,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해 알려준 여성에게 고마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러나 A씨는 고양이들이 돌을 떨어뜨려 부서진 것 치고는 차량이 너무 크게 파손돼 놀라고 말았다. 이에 A씨는 보험 처리와 파손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에 신고한 뒤 블랙박스 영상도 돌려봤다.
영상에는 검은색 외투를 입은 여성이 바로 옆 옹벽에서 균형을 잃고 차 위로 떨어지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엉덩방아를 찧으며 차 앞 유리에 추락한 여성은 얼른 차에서 내려와 파손 부위를 살펴보는 듯하더니 자리를 떠났다.
이후 여성은 다시 현장으로 뭔가를 들고 와 주변을 서성이기도 했다.
A씨는 자차 보험으로 앞 유리 교체와 찌그러진 보닛도 수리했다. 본인부담금과 차량 렌트비 등으로 본의 아니게 수십만 원 상당이 지출됐다.
경찰 조사 결과, 범인은 뜻밖에도 A씨에게 고양이 밥 주는 사람이라며 연락해 온 여성과 동일 인물이었다.
A씨는 “통화 당시 너무 태연하고 당당하게 말해서 진짜 나는 100% 믿었다. 정말 고양이를 위한다면 이런 일이 생겼을 때 고양이 탓으로 돌려 면피하려고 했다는 게 일반인들의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한편 해당 여성은 범행이 발각되자 A씨에게 사과 문자를 보냈다. 사과 문자에는 “사실대로 말하려 했지만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인간의 나약함을 보셨다고 생각하고 너그러운 아량으로 용서해 달라”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