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고 예리한 통찰” 오은영 박사가 분석한 ‘애 안 낳는 이유’

By 이서현

결혼도 하지 않지만,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요즘 사람들.

이것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소멸 중인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겠다면서 지난해에만 아동수당, 출산장려금 등 46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다.

지난해 출생아 26만500명을 고려하면 신생아 한 명당 1억7658만원가량을 쓴 셈이다.

연합뉴스

정작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출생아 증가에는 큰 효과를 내지 못한 채 매년 역대 최저 출생률 기록을 갈아치우는 중이다.

요즘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온라인 커뮤니티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육아 도움 못 받는 맞벌이분들 어떻게 사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공유됐다.

글쓴이 A씨는 10개월 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지 1달 정도 됐다.

아이가 자주 아팠고, 육아휴직 후 복직한 A씨는 연차 쓰기가 눈치 보여서 남편이 연차를 냈다.

tvN ‘미생’

그런데 남편도 연차를 더 내기가 힘들어졌고, 양가 부모님이 지방에 있어 육아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형편상 직장을 그만둘 수 없다 보니, A씨는 맞벌이하면서 육아를 병행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댓글이 쏟아졌고, 그 내용은 씁쓸했다.

tvN ‘미생’

워킹맘 5년 차라는 한 누리꾼은 “그냥 민폐 끼친다. 인사고과 나락이고 언제 잘릴지 두렵지만 이게 우리나라 육아현실이다”라며 “일 잘하려면 아이에게 관심을 끄고, 아이를 기르려면 회사생활을 단념해야 한다”고 했다.

이외 “양가 도움 없이 아기 키우는 거 불가능하니 돈 못 모으더라도 도우미 쓰세요” “돌 지나면 더 자주 아프던데…그만 두셔야 할 듯” “워킹맘 아무나 하는 게 아님” “진짜 이러니까 출산율이 나락으로 가는 거지” 등의 의견이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인구 멸종해서 나라 망할 판국인데 제발 쓸데 없는 예산 낭비하지 말고 애 낳는 여자도 마음껏 사회생활 해줘야 할 텐데”라는 바람을 전했다.

이 게시물과 함께 온라인상에서는 오은영 박사의 발언이 다시 한번 회자됐다.

MBC ‘100분 토론’
MBC ‘100분 토론’

오 박사는 지난 5월 MBC 시사 프로그램 ‘100분 토론’에 출연해 점차 아이를 낳지 않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그는 “여성과 집안 내에서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엄마의 삶은 약간 괴리감이 있다. 핵가족이 되면서 아이를 돌봐주는 지지체계가 많이 무너졌다. 그리고 맞벌이를 해야 되고 노산, 만혼으로 인해 나이가 들어서 아이를 낳으면 힘들어지는 면이 있다. 이런 엄마 삶의 여러가지 문제와 이것에 대한 원인과 해결에 대해 굉장히 쫀쫀한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BC ‘100분 토론’

이어 “경제적인 거 때문에 아이를 못 낳는다, 돈을 지원해주자? 그런다고 아이를 많이 낳지 않는다. 아이들을 돌봐줄 수 있는 시설과 제도가 많이 만들어지는 것도 필요하다”라며 “아이를 낳기로 결정하고, 육아를 하는 모든 과정에서 굉장히 가치를 느끼고 소중한 결정을 했다는 자긍심을 느끼게 하는 것들이 꼭 정책에 들어가 있지 않으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MBC ‘100분 토론’

오 박사는 “남성들은 국방의 의무로 군대에 가지 않냐. 저는 이건 존중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듯이 부모가 아이를 낳기로 결정한 것, 그리고 대체로 가사와 육아는 엄마들이 담당을 아직 많이 하고 있으니까 이걸 감당하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으로 존경과 존중이 우리 문화에 배이지 않으면 이런 어려운 과정을 엄두도 못 낼 것”이라고 말했다.

MBC ‘100분 토론’

오 박사의 발언이 담긴 유튜브 영상에는 “비하의 의미로 ‘집에 가서 애나 키워!’라고 하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가 육아하는 엄마에 대한 존중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 “정확한 통찰이네요” “결혼해서 15년 동안 느낀 것이 바로 이거다” “엄마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이 해결되지 않는 한 어떠한 경제정책을 정부가 제시해도 소용없을 것” “돈이 주된 원인이면 남녀 간에 출산을 원하는 비율이 저렇게 차이가 안 나겠죠”라며 공감하는 내용의 댓글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