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이 눈앞에 뻔히 있는데, 고기 굽고 술까지 마시니 참을 수 있겠습니까?”
경기 포천시 백운계곡 내 전통 사찰 흥룡사가 계곡 등산로를 일시 폐쇄했다.
일부 관광객이 사찰 계곡까지 올라와 술판을 벌이고, 쓰레기를 버리자 내린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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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한국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흥룡사는 지난 8일 출입 통제 시설을 설치해 백운계곡과 이어지는 사찰 소유 등산로 2km가량을 폐쇄했다.
흥룡사 측이 출입 통제 시설을 설치한 길은 백운산의 주요 등산로 중 하나다.
흥룡사는 오는 10월까지 이 등산로를 폐쇄한다는 방침이다.
신라시대 도선국사가 창건한 흥룡사가 등산로를 막은 건 1957년 사찰 재창건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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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룡사 측은 등산로 폐쇄 이유에 대해 “차까지 끌고 올라와 절 앞에서 취사와 음주를 하는 것도 모자라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고 간다”라고 설명했다.
한 스님은 “주말이면 수십 명이 사찰 소유 계곡에 몰려와 고기를 굽고 술판까지 벌인다”라며 “더 이상 숲과 계곡이 망가지는 걸 두고 볼 수 없다”라고 토로했다.
술에 취한 관광객들이 낯 뜨거운 모습을 연출하는 모습도 종종 포착된다는 게 흥룡사 측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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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룡사 측은 “포천시는 해당 상황에 대해 전혀 관리를 해주지 않고 있다”라고 분노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시에 문제점을 호소하고 관리를 요청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
그러면서 “향후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매년 5~10월 등산로를 폐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천시 측은 “취사 등 불법행위에 대해 시 차원의 계도 활동을 벌여왔으나 부족한 점이 있는 것 같다”면서 “사안이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