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은하 ‘블랙홀 실물’ 촬영 위해 힘을 합친 전 세계 과학자들, 결국 성공했다

By 김우성

수천억 개의 별들이 모여 있는 우리 은하의 중심에는 엄청나게 거대한 블랙홀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블랙홀을 실제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블랙홀을 촬영하기 위해 전 세계 과학자들이 머리를 맞댔고, 결국 촬영에 성공했다.

사건지평선망원경(EHT: Event Horizon Telescope) 국제 공동 연구진은 우리 은하 중심에 위치한 초대질량 블랙홀 궁수자리(Sgr A) 영상을 포착해 12일 공개했다.

관측된 궁수자리 A 블랙홀 이미지. 중심의 검은 부분은 블랙홀과 블랙홀을 포함하는 그림자이고, 고리의 빛나는 부분은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휘어진 빛이다. / 한국천문연구원, EHT

연구를 위해 세계 80개 기관에서 300명이 넘는 천문학자들이 참여했다. 한국천문연구원 과학자들도 참여했다.

이들은 미국, 스페인, 남아메리카, 남극 등 전 세계의 8개 고성능 전파망원경들을 연결해 지구 만한 크기의 전파망원경을 만들었다.

또 관측자료를 처리하기 위해 슈퍼컴퓨터까지 동원하고, 모의실험을 5년간 끊임없이 진행한 결과, 마침내 궁수자리 A 블랙홀 촬영에 성공할 수 있었다.

우리 은하 중심에 위치한 궁수자리 A 블랙홀은 질량이 태양보다 약 4백만 배 크지만, 지구로부터 약 2만 7천 광년 떨어져 있어 관측이 어려웠다. 지구에서 보는 블랙홀은 달 표면에 있는 작은 도넛 크기와 비슷하다고 한다.

손봉원 박사는 연세대 천문대기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Bonn 대학에서 천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사건지평선망원경 협력단 한국 대표와 과학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 KBS

사진에 담긴, 마치 도넛처럼 생긴 고리 모양은 사실 블랙홀 그 자체는 아니다.

블랙홀은 빛까지 빨아들이기 때문에 직접 관측이 불가능하고, 대신 블랙홀에 물질이 빨려 들어갈 때 방출하는 격렬한 에너지를 사진에 담은 것이다.

과학자들은 3년 전에도 5천5백만 광년 떨어진 다른 은하의 M87 블랙홀 촬영에 성공한 바 있다.

EHT 과학이사회의 공동 위원장인 세라 마르코프는 “궁수자리 A 블랙홀과 M87 블랙홀은 매우 유사한 모양을 보이는데, 이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 의한 것”이라 언급했다.

과학자들은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은하의 형성과 진화 과정을 밝힐 수 있을 것이며, 일반상대성이론의 정밀한 검증 등 새로운 결과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M87 은하의 블랙홀(왼쪽)과 우리 은하 중심의 블랙홀. / E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