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라면 정환이형 파리올림픽까지도 끌고 갈 수 있습니다”

By 이서현

한국 펜싱 대표팀의 맏형이자 주장 김정환은 한국펜싱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그는 지난 24일 열린 남자 펜싱 사브르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거머쥐면서 한국 펜싱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3연속 메달 획득’이라는 새역사를 썼다.

앞서 2012 런던 단체전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6년 리우에서는 개인전서 동메달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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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 올림픽 개인전서 동메달을 차지하면서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28일 열린 단체전 결승에서는 이탈리아를 45-26으로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한국은 9년에 걸쳐서 대회 2연패를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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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은 2018년 세계선수권서 2관왕을 차지하고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은퇴했다가 돌아왔다.

이후 30대 중반이 되면서 은퇴를 결심했으나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복귀했다.

코로나19로 1년 연기됐으나 포기하지 않고 준비했고, 값진 메달을 따낸 것.

선수로서는 적지 않은 나이였기에 2번이나 은퇴선언을 할 만큼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기량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를 번복하고 다시 칼을 잡았다.

노장의 뚝심과 노련함으로 힘든 훈련을 버텼고, 녹슬지 않은 기량을 발휘했다.

유튜브 채널 ’14F 일사에프’

김정환은 개인전이 끝난 후 “개인전은 보너스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목표는 단체전 금메달이다. (개인전을 치르며) 선수들의 멘탈이 조금 흔들렸을 것이기에 맏형이자 주장으로서 잘 맞추겠다”라며 어린 후배들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끈끈한 팀워크가 있었기에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김정환은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이지만 은퇴를 결심한 것도 칼을 내려놓지도 않는다.

내년에 열리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다시 나설 수 있다.

유튜브 채널 ’14F 일사에프’
유튜브 채널 ’14F 일사에프’

단체전이 끝난 후 열린 네 선수가 함께한 인터뷰에서는 또 다른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기자가 “다음 올림픽 때도 김정환 선수와 다시 단체전 나갈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구본길 선수는 “솔직히 정환이형 은퇴 선언을 했을 때 제가 끌고 왔거든요. 진짜 이대로라면 파리올림픽까지도 끌고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이를 듣고 있던 김정환 선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터트렸다.

금메달 수상 후 시상대에 앉은 펜싱팀 | 연합뉴스

해당 인터뷰를 접한 누리꾼들은 “황희정승이냐고ㅋㅋㅋ윤허하지 않겠다” “파리 가보자고!” “은퇴 번복 삼세판이 국룰이지” “김정환 선수 에펠탑이랑 잘 어울려” “파리까지 멱살 잡혀 끌려가나” “3년밖에 안 남았어요. 할 수 있어요”라며 구본길 선수의 말에 힘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