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드라마 즐겨 보던 16살 아들, ‘신발끈’으로 지혈해 엄마 살렸다

By 김우성

손목을 크게 베인 엄마를 발견하고 뛰어간 아들은 신고 있던 운동화 끈을 급히 풀어 지혈했고, 아들의 응급처치 덕분에 엄마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아들은 평소 즐겨보던 의학 드라마가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운동화 끈으로 지혈해 어머니를 살린 아들 사이러스 라로비노. / CNN

지난 18일(현지 시간) 미국 CNN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최근 미국 메인주 글레번의 한 마을에 사는 16세 소년이 위험에 빠진 엄마를 구해 현지에서 화제가 됐다.

크리스틴 이아로비노는 머그잔을 들고 집 밖을 나서다 얼음을 밟고 미끄러져 크게 넘어졌다.

설상가상 손에 든 머그잔에 깨지면서 크리스틴은 조각에 손목을 크게 베였다.

그가 쓰러진 것을 발견하고 아들 사이러스가 급히 달려왔고, 크리스틴은 일단 구급차부터 불러 달라고 침착하게 부탁했다.

사이러스에게 상황을 전해 들은 구급대원은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15분 정도 걸릴 테니, 우선 지혈을 해야 한다며 방법을 설명했다.

문제는 지혈에 쓸 물건이었다. 현장 바로 옆 창고를 급히 둘러봤지만 쓸 만한 게 보이지 않았다. 마음은 초초해졌고, 이마 위로 식은땀이 흘렀다.

그때 사이러스의 눈에 신고 있던 운동화 끈이 눈에 들어왔다.

지혈에 썼던 실제 운동화. 치열한 흔적이 남아있다. / CNN

구급대원의 설명대로, 합판 조각을 엄마의 손목에 대고, 신발에서 풀어낸 끈을 둘러 매듭을 지어 묶었다. 끈에 막대기를 꽂아 비틀어 출혈을 최대한 막았다.

사이러스는 “새로 산 신발이 눈에 들어오자마자 순식간에 끈을 풀었다”며 “평소에 ‘그레이 아나토미’를 즐겨 봤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레이 아나토미는 2005년 시작해 지금까지 방영 중인 미국의 인기 의학 드라마다.

잠시 후 구급차가 도착했고, 크리스틴은 무사히 병원으로 이송됐다.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오른쪽 손목과 팔의 동맥 및 신경이 절단돼 7시간에 걸쳐 두 차례 수술을 받아야 했다.

아들의 응급처치 덕분에 목숨을 구한 크리스틴은 “침착하게 행동해준 아들에게 정말 고맙다”며 “드라마를 봤다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을 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아들이 한 행동은 위험한 상황에서 나오는 초인적인 힘이나 다름없었다”고 말했다.

크리스틴 이아로비노의 가족. / C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