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 중 떠나는 마음 무겁다” 이임식서 눈물 흘린 정은경

By 이서현

K방역을 진두지휘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57)이 17일 퇴임했다.

이날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는 정 청장의 비공개 이임식이 열렸다.

그는 “코로나19 유행 극복과 질병 관리 발전에 기여해 커다란 보람이자 영광이었다”라며 “국민 여러분께서 방역당국을 믿고 협조해주시고 의료인,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분들께서 헌신해주셔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해 올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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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청장은 질병청의 전신인 국립보건원에서 역학담당관으로 1998년 5월 공직 생활을 시작해 이날 24년 만에 질병청을 떠났다.

그는 2017년 7월부터 질병관리본부장을 맡아 4년 10개월 동안 방역 수장으로 있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2년 5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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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을 막아야 한다는 막중한 임무에도 정은경 청장은 항상 침착한 모습으로 신뢰감을 줬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와 초췌한 얼굴로 염려를 샀다.

휴가도 없이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고, 검소한 업무추진비 내역까지 공개되면서 ‘국민 영웅’이란 찬사도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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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내에서도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

직원들은 “겸손하고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스타일” “원칙주의자” “모든 초점을 공무에 둔 사람”으로 평가했다.

해외 언론도 ‘K-방역의 영웅’이라며 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하는 등 주목했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코로나 치명률이라는 분명한 성과를 남긴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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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식 자리에서 정 청장과 직원들은 눈물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청장은 “코로나가 끝나기 전 떠나게 돼 마음이 무겁다”는 소회를 남겼다고 한다.

직원들과 인사를 마친 정 청장은 질병청 건물 앞에서 간부들과 기념 촬영을 했다.

정 청장의 제안으로 ‘덕분에’ 수어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으니 잠시 마스크를 벗고 사진을 찍자는 제안도 나왔다.

하지만 정 청장이 “그래도 끝까지 (마스크를) 쓰는 것으로 하자”며 완곡히 거절했다고 전해졌다.

백경란 신임 질병관리청장 | 연합뉴스

한편, 윤석열 정부의 첫 질병관리청장에는 백경란 성균관대 의대 교수가 임명됐다.

백 신임 청장은 2015년 메르스 유행 당시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병 대응을 주도했고 코로나19 대응에서도 정부를 향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특히 2020년 2월 국내 코로나19 유행 초기 외국인 입국을 제한하라고 정부에 강하게 촉구했다.

지난 3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복지분과에서는 인수위의 방역 정책을 다듬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