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이 함께 사용하는 공용공간인 아파트 주차장은 각종 갈등의 온상지다.
최근에는 주차장 1칸을 다 차지한 킥보드에 붙은 경고장이 누리꾼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주차구역 관해서 궁금해서 올립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공유됐다.
글쓴이 A씨는 “오늘 보니 주차장에 저렇게 해놨는데 킥보드 옮기면 재물손괴죄에 해당하나”라며 사진을 함께 첨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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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주차공간 한 칸에는 킥보드만 덜렁 세워져 있다.
이 킥보드에는 ‘임의 이동 시 법적 조치함. 고발예정. 재물손괴’라고 손글씨를 적은 경고문도 붙어있다.
경고문 아래에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이 ‘이곳은 공동주택, 공동구역으로 해당 주차구역을 임의로 점유하고 있어 타 입주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며 ‘킥보드 소유주께서는 다른 곳으로 이동 보관해주시기 바라며, 공동주택인 점을 인지하시고 여러 사람에게 불편을 주는 행동은 자제하여 주시기 바란다’라고 안내문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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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너무 괘씸하더라. 나도 킥보드 똑같이 가지고 내려와서 옆에 세워놓고 ‘재물손괴’라고 적고 싶었지만 똑같은 놈 될까 봐 안 하고 이렇게 글 올린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재물손괴 성립이 안 된다. 고소 고발 차이도 모르는 듯” “저런 사람들은 똑같이 해줘야 한다” “번호판도 없는 게 무슨 차라고” “주차공간 선점하려는 의도 아닐까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황당할 수도 있지만, 킥보드는 법상 차(車)로 분류된다. 이분께서는 차이기에 주차구역을 사용해 정당하게 주차한 것이라 법적 제재는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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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뭇매를 맞은 킥보드 주인이 직접 등판해 해명글을 올렸다.
그는 “너무 억울해서 글 쓴다”며 자초지종을 늘어놨다.
글에 따르면 그는 세대당 1.77대의 주차면을 가진 아파트에 거주 중이며, 차량을 여러 대 가진 세대가 많다고 했다.
A씨 집은 차가 한 대 밖에 없지만 야간근무 후 집에 오면 항상 주차공간이 없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것.
주차난에 대해 관리실에 문의하니 200대 가량의 초과 대수가 있고, 3대 이상 초과가 될 때는 3만원에서 10만원을 초과 비용을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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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낮은 추가 비용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상당수의 차량이 알박기하는데도 관리실에서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1가구에 3대의 차량을 보유한 한 입주민은 그에게 “주차하고 싶으면 직업을 바꿔라, 손가락을 잘라서 장애인이 돼라, 전기차를 사라” 등의 말로 비아냥거렸다며 억울해했다.
이후 주차난에 대해 조언을 구하던 중 ‘오토바이로 알박기하라’는 의견이 많아 집에서 노는 킥보드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이나 문서 등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경우 성립하는 범죄다.
만약 타인의 재물을 동의 없이 옮겼더라도 그 물건의 형태 변경이나 멸실, 감소 등을 초래하지 않았다면 손괴죄로 처벌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