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직원들에게 목줄을 맡긴 채 옛 주인의 ‘마지막 여정’을 지켜본 웰시코기 두 마리.
수많은 영국인은 이 강아지들 모습을 꽤 감명 깊게 본 것 같다.
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서거 이후 영국에서 웰시코기 견종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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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 시각) AFP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반려동물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웰시코기 분양가가 급등했다.
웰시코기 한 마리 분양가는 사상 처음으로 2500파운드(약 383만5000원)를 넘어섰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는 지난 19일 엄수된 여왕의 장례식에서 코기 ‘믹’과 ‘샌디’가 윈저성 문 앞에서 운구 행렬을 기다리던 모습이 언론을 통해 전해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믹과 샌디는 마치 옛 주인과의 작별을 알고 있는 듯 귀와 꼬리를 축 늘어뜨린 채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고는 얌전히 자리를 지켰다.
믹과 샌디는 코로나19로 영국에 봉쇄 조처가 내려졌던 지난해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와 퍼거슨 전 왕자비가 선물했던 강아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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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반려동물 분양 사이트인 ‘펫츠포홈스'(Pets4Homes)는 이날 “일주일 전보다 ‘코기’ 검색 빈도가 10배 정도로 증가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브리더들이 부르는 코기 분양가격이 오늘 최고치를 기록했고, 평균 호가가 사흘 만에 두 배로 뛰었다”라고 덧붙였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일생에 걸쳐 반려견 약 30마리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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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다리가 짧고 허리가 길면서 털이 풍성한 웰시코기를 좋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왕실의 ‘로얄 코기’ 혈통은 여왕이 18세 때 선왕 조지 6세로부터 선물 받은 첫 코기 수잔이 두 마리의 새끼를 낳으면서 시작됐다.
여왕은 이후 수잔의 후손들을 키워왔고 강아지들을 향한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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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런던올림픽 개막식 때는 영화 ‘007시리즈’의 주연배우 대니얼 크레이그가 버킹엄궁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을 알현하는 장면에도 코기들이 등장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코기 품종은 왕실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한편, 여왕의 마지막 반려견 믹과 샌디는 앤드루 왕자와 퍼거슨 전 왕자비가 다시 데려가 보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