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 없고 행복하다’던 위구르인 동영상, 알고 보니 중국 조작이었다

By 김우성

“저는 신장에서 태어나고 자란 위구르인이에요”

“저는 너무 행복하고 자유롭게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 2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월부터 온라인에서 확산한 위구르인들의 동영상의 배후에 중국 당국의 존재가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인터넷상에 퍼지던 위구르족 동영상 / 연합뉴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퇴임하기 직전인 지난 1월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중국이 신장에서 위구르족을 상대로 집단학살을 저질렀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이후 유튜브와 트위터 등 온라인에는 갑자기 위구르인들의 동영상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수천 개의 동영상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달랐지만, 내용은 비슷했다.

그들은 자신을 신장에서 태어나고 자란 위구르인이라고 소개하면서 “행복하고 자유롭게 지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몇몇은 폼페이오 전 장관을 강하게 비난했다.

언뜻 개인이 촬영한 것처럼 보이는 해당 영상에는 같은 형식의 중국어와 영어 자막이 달려 있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전 국무장관 / 연합뉴스

NYT는 미국의 탐사 전문 매체인 프로퍼블리카와 함께 위구르인이 등장하는 동영상 3천여 개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이 같은 동영상들은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연관된 뉴스 앱을 통해 처음 일반에 공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유튜브와 트위터 등으로 퍼졌다. 그런데 해당 계정 중 상당수는 중국의 선전 동영상만을 소개하는 계정이었다.

특히 각 계정은 동영상을 올리는 시간도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NYT와 프로퍼블리카가 각 계정이 새로운 동영상을 올리는 시간을 확인한 결과 4분의 3 이상의 계정이 30분 이내 범위에 몰려있었다.

2018년 중국 신장 지역 내 수용소 / 연합뉴스

트위터는 이 사실을 언론보다 먼저 인지하고, 지난 3월과 4월 위구르인들의 동영상을 올린 계정 다수를 정지시켰다.

유튜브도 NYT의 취재가 시작된 뒤 일부 계정들을 정지시켰다.

유튜브 대변인은 여론조작에 대응하기 위해 배후가 의심되는 계정들을 정지시켰다고 설명했다.

NYT는 “서구의 정치 메시지를 퍼뜨리는 데 사용될 수 있다”며 “트위터 유튜브의 자국 내 사용을 금지한 중국 정부가 정작 이를 초고속 글로벌 선전선동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70년대 중국 문화혁명 이래 최대 유혈사태로 기록된 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 소요 발생 이틀 뒤 중국 정부는 수천 병력을 우루무치에 투입해 질서안정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사진은 2009년 7월 8일 우루무치에서 순찰중인 중국 인민해방군 병사들 / 연합뉴스

한편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10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위구르족과 카자흐스탄인 등 이슬람교도들에게 구금과 감시, 고문을 가했다며 유엔(UN)에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2017년부터 신장 지역에서 100만 명의 위구르족과 이슬람교도들을 구금하고 수십만 명을 감옥에 보냈다는 점에 대해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중국이 출산율과 인구밀도를 낮추기 위해 강제 불임 시술과 낙태, 거주지 강제 이전 등을 자행하고, 종교와 문화적 전통을 말살시키기 위해 종교 지도자들을 탄압했다는 혐의도 제기됐다.

중국은 이러한 지적을 일체 부인하고 있으며, 신장에 있는 수용소는 이 지역의 테러 행위와 싸우기 위한 자발적인 직업 교육과 재교육을 위한 곳이라고 주장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