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야생 수마트라 오랑우탄이 얼굴에 난 상처에 약초를 씹어 으깬 뒤 즙을 발라 치료하는 모습이 처음으로 포착됐다.
3일(현지시각) 미국 CNN에 따르면 독일 막스 플랑크 동물 행동 연구소(MPIAB) 이자벨 로머 박사팀은 지난 2022년 6월 수마트라섬의 구눙 르우제르 국립공원에서 오랑우탄을 연구하던 중 얼굴에 큰 상처를 입은 ‘라쿠스’라는 오랑우탄을 발견했다고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를 통해 발표했다.
며칠간 관찰한 결과 라쿠스는 3일 뒤부터 ‘아카르 쿠닝’이라는 약초의 줄기와 잎을 씹어서 나온 즙을 상처에 7분 동안 반복해서 바르고, 30분 이상 약초를 먹었다고 한다.
이후 상처 부위의 감염 징후는 없었으며, 치료 5일 뒤부터 상처가 아물고 한 달 안에 완전히 나은 것으로 확인됐다.
동남아 열대우림에서 발견되는 덩굴식물인 아카르 쿠닝은 항균·항염 작용 등이 확인된 약초로, 전통 의학에서 이질, 당뇨병, 말라리아 등의 치료에 사용된다.
연구팀은 라쿠스가 아카르 쿠닝을 다른 곳에는 바르지 않고 상처에만 반복해서 바른 것으로 보아 치료를 위해 의도적으로 약초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