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기피 의혹으로 21년째 한국 입국이 금지된 가수 유승준(스티브 승준 유·47)씨가 한국 입국 비자를 발급해달라며 낸 두 번째 소송 2심에서 1심을 뒤집고 승소했다.
서울고법 행정9-3부는 유씨가 주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를 상대로 낸 여권·사증(비자) 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옛 재외동포법은 외국 국적 동포가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라도 38세가 된 때엔 국가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지 않는 이상 체류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명시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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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씨는 병역 의무를 피하려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가 2002년 한국 입국 금지됐다. 이에 재외동포 비자를 받아 입국하려 했지만 발급이 거부되자 2015년 첫 번째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주 LA 총영사관이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고 유씨의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해 유씨가 최종 승소했다.
하지만 유씨는 이후 비자 발급을 또 거부당했고, 이 처분이 대법원 판결 취지에 어긋난다며 2020년 10월 두 번째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 총영사는 대법원 판결 취지가 ‘비자 발급 거부에 절차적 위법이 있다’는 것이지, 유씨에게 비자를 발급해줘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며 유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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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소송의 1심은 LA 총영사관 측의 주장이 옳다고 보고 유승준의 청구를 기각했다. LA 총영사관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발급을 거부했으니 앞선 대법원 판결과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2심은 2017년 개정 전 재외동포법에서 병역기피 사유로 국적을 상실한 경우에도 38세가 넘는 경우에는 체류자격 금지의 예외사유가 될 수 있다는 규정이 유승준에게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번 소송과는 별개로 유승준이 당장 한국에 입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LA 총영사관 등의 비자 발급 여부가 관건인데, 총영사관에서 또다시 소송전을 불사하며 거부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비자 발급 여부와 별개로 정부의 ‘입국 금지’ 처분도 유효한 상태다.
유승준 측 대리인은 판결 이후 “이렇게까지 미워할 사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