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속된 외과 기피 현상에 CCTV 설치법까지 겹치면서 흉부외과 의사들이 줄사표를 던졌다.
다가오는 2022년도 전공의 모집을 앞둔 외과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3일 노환규 대한정맥통증학회 회장(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SNS를 통해 “올해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전임의(펠로우) 1년 차는 4명 중 3명이 이미 사직했다”고 전했다.
이어 “위 소식을 전한 흉부외과 교수도 사직을 고려하는 중이고, 최근 어느 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도 이틀 전 사직서를 냈다”고 했다.
앞서 지난 8월에는 수술실 CCTV 설치법과 관련해 한 인터넷 카페에는 아산병원 흉부외과 병원 교수들의 사직의 변이 올라오기도 했다.
당시 교수들은 “우리 흉부외과 의사들이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하여 어떤 노력을 하였는지는 하늘이 아신다”라며 “나의 건강과 가족의 행복, 때로는 부모의 의무까지 희생해가며 환자 곁을 지켰던 우리들이다”이라고 격정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젊은 의사들은 대한민국의 미래이다. 어느 정부든, 어느 정당이든, 그 어느 누구라도 우리의 미래를 이렇게 망가뜨릴 수는 없는 법이다”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사직을 고려 중인 한 흉부외과 교수는 “요즘 환자가 사망하면 대부분 의료분쟁조정원으로 간다. 거기에 365일 호출을 받아내며 간신히 버티고 있었는데 수술실 CCTV 강제설치 법안까지 통과되고 보니 허탈감이 밀려와 이런 상황에서 이 일을 지속해야 하나에 대한 강한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고 한다.
노 회장은 “2022년 외과계 지원은 기대를 말아야 한다”며 “수술실 CCTV 강제 설치법은 표를 좋아하는 정치인들이 만든 법이다. 포퓰리즘 정치인들이 국민을 살해하는 꼴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서도 “비겁한 의사들이 살 수 있는 환자의 수술을 포기하는 것이 가장 흔한 의료사고”라며 “이 사회는 그나마 남아있는 용감한 의사들에게 비겁한 의사들이 될 것을 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 의사는 “수술 전에 환자가 이상한 말 한마디만 해도 수술하기 꺼려지는데 ‘CCTV 켜고 합시다’하면 잘도 하고 싶은 생각이 나겠습니까”라는 댓글을 남기며 노 회장의 의견에 동의했다.
한편 지난달 31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병원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한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앞으로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할 경우 환자가 원하면 CCTV 촬영을 진행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의료계는 헌법소원 제기 방침을 밝히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국민 1만 395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97.9%는 ‘수술실 CCTV 설치’에 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