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반도체 신기술’ 개발되자마자 사직서 낸 뒤 중국에 팔아넘긴 연구원들

By 김우성

삼성전자의 자회사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반도체 기술을 중국에 넘긴 일당이 구속됐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형사부(이춘 부장)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등의 혐의로 세메스 전 연구원 2명과 부품 협력사 직원 2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17일 밝혔다.

수원지검.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이들은 세메스가 2018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초임계 세정 장비’ 제조 기술을 빼낸 혐의를 받고 있다.

세메스는 반도체 생산 장비를 만드는 삼성전자의 자회사로, 연 매출이 3조 원대에 이른다. 이런 세메스의 핵심 자산 중 하나가 바로 ‘초임계 세정 장비’다.

초임계 세정 장비는 초임계(액체와 기체를 구분할 수 없는 상태) 이산화탄소로 반도체 기판을 세정하는 설비로, 기판 손상을 최소화해 수율을 높일 수 있다.

세메스는 이 장비를 삼성 반도체에만 납품해왔다. 그런데 기술 개발과 거의 동시에 ‘기술 유출’ 작업도 시작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반도체부문 자회사인 세메스 천안사업장을 찾아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생산 공장을 둘러보는 모습. / 연합뉴스

검찰에 따르면 2018년 세메스를 퇴직한 연구원 2명이 중국의 한 연구소와 접촉했다.

이들은 초임계 세정 장비를 그대로 만들어줄 수 있다며, 생산 설비도 없는 상태에서 해당 연구소로부터 18억여 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에도 수차례에 걸쳐 총 800억 원을 받아 챙겼고, 중국과 합작 회사를 만든 뒤 협력사로부터 부품을 납품받아 장비를 제조해 중국에 넘겼다는 게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 결과다.

협력사에는 단가를 3배가량 높이 쳐주겠다고 회유한 뒤, 주요 부품을 납품받아 똑같이 조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독자 기술로 동일 장비를 만들어 중국 측에 정상 판매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설비가 삼성전자의 ‘맞춤형’ 장비인 만큼 독자 기술로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기술 유출 전반을 설계한 주범에 대한 수사를 조만간 마무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