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스키 강사가 초등생을 성폭행하고 풀려난 사건과 관련해 많은 분량의 진술을 확보하고서도 피해 초등학생을 다시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일 MBC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크리스마스날, 초등학교 6학년 A양은 20대 스키 강사 박 모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사건 이틀 뒤 A양은 경찰관과 마주 앉아서 1시간 30분 넘게 자신이 당한 일을 진술하고 녹화까지 했다.
이후 3주 동안 사건 진행 상황에 대해 알려주지 않던 경찰은, 언론 보도가 나오자 다시 A양에게 경찰서로 나와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A양은 어머니와 함께 다시 경찰서를 찾았고 약 40분 동안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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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경찰은 A양이 박 씨에게 자기 나이를 분명하게 말했는지 재차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A양은 이미 녹화한 최초 진술에서 “무인모텔에서 몇 살인지를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또 A양을 박 씨에게 소개한 학생들도 “초등학생이라 말렸다”고 경찰에 진술했고, 경찰은 박 씨 휴대전화에서 이런 채팅방 대화내용도 확보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경찰은 “A양이 만 12살이라 말했는지 분명히 확인해야 한다”며 A양을 또 경찰서로 부른 것.
현행 청소년성보호법은 ‘아동청소년 성범죄 피해자의 조사는 최소한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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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양의 어머니는 “(수사 태도가) 언론 전후가 완전히 바뀌었다. 지금 일을 두 번 하고 있는 거다. 그동안의 지나간 3주는 완전히 없었던 게 돼 버렸다. 우리는 고통받는 시간이 앞으로도 더 길텐데…”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누리꾼들은 “이런 방식은 8~90년대 아닌가요?” “경찰이 2차 가해를 했네” “언론에서 이슈가 되어야만 움직이네” “피해자랑 가해자랑 헷갈렸나” “당신 딸이면 그리 수사했겠냐”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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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찰은 박 씨가 A양의 나이를 아는 상태에서 성폭행한 것으로 보고, 사건 25일 만에야 미성년자 강간 치상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도내 한 스키장에서 스키 강사로 일하는 박씨는 지난해 12월 25일 A양을 불러내 무인모텔로 데리고 가서는 조건만남을 언급하며 성매매를 권유하고, 이를 거부하는 A양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