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7년 동안 마약중독에 심장이 멎은 사람 30명 이상을 살렸습니다. 어떤 마약이든 그 거리에서는 3분 안에 다 찾을 수 있습니다.”
지난 3월 KBS 국제시사프로그램 ‘세계는 지금’은 ‘코로나보다 높은 사망률, 미국 마약 거리’라는 제목으로 마약에 중독된 미국 젊은이들의 현실을 조명했다.
미국 필라델피아 북동부 켄싱턴에 거주하는 한 한인 시청자는 방송을 본 후 댓글로 “5년 사이 더 심해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세계는 지금’ 제작진이 찾은 곳이 바로 이 켄싱턴 거리였다.
약 3km 정도 이어진 이 거리는 미국 동부에서 가장 큰 마약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의 별명이 ‘헤로인 월마트’ ‘좀비랜드’로 불리는 이유다.
거리에서는 뇌가 손상돼 정지한 채 서 있는 중독자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경찰도 수시로 순찰을 돌고 있지만 중독자들은 공개된 장소에서도 거리낌없이 마약을 투여했다.
한 자원봉사자는 “경찰은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중독자들의 수가 너무 많다”고 설명했다.
마약판매상은 어디에나 있었다.
3~4시간을 버틸 수 있는 마약을 5달러만 주면 살 수 있었다.
심지어 마약을 시작하게 하려고 거의 공짜나 다름없이 마약을 나눠주기도 했다.
마약 가격이 싼 이유는 10년 전부터 등장한 합성마약 펜타닐 때문이다.
대부분은 중국에서 원료를 만든 후 멕시코 카르텔로 보내 단순한 공정을 거쳐 미국에 들어오게 된다.
진통제로 개발된 펜타닐은 0.002g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을 만큼 강력해 마이크로그램 단위로 처방되는 약이다.
실제로 지난해 단속현장에서 펜타닐에 잠시 노출된 경찰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중독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렇게 위험하지만 사람들이 점점 값싼 마약을 찾게 되면서 펜타닐이 유통되기 시작했고, 목숨을 잃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치료를 위해 펜타닐을 접했다가 중독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특히 젊은층의 중독이 심각해서, 지난해 미국 젊은층(18~45세) 사망원인 1위가 마약 중독이었다.
마약중독자 쉼터를 운영하는 크리스티 맥코프 소장은 “마약 중독은 질병이다. 질병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