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은 왜 무모할 정도로 무단횡단을 하는 걸까.
이유가 궁금했던 경찰은 어르신들에게 직접 물었고, 한 어르신이 답했다.
“무릎도 아프고 다리도 아픈데 언제 기다려?”
경찰은 ‘아! 그럼 무릎하고 다리만 안 아프게 해드리면 무단횡단을 안 하시겠구나!’ 이런 답을 얻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횡단보도 앞에 어르신들이 앉을 수 있게 만든 ‘장수의자’다.
최근 유튜브 채널 ‘비디오머그’에는 장수의자를 만든 유창훈 경정의 인터뷰 영상이 게재됐다.
영상에 따르면 유 경정이 장수의자를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세상에 없는 의자이다 보니 예산 확보도, 생산 업체 찾기도 어려웠던 것.
많은 업체에 거절당한 후 우여곡절 끝에 제작에 성공했지만, 당장 투입할 예산이 없었다.
유 경정은 사비 200여만 원을 들여서 의자 60개를 샀고, 인근 지역 15개 교차로에 우선 설치했다.
당시 아내는 흔쾌히 동의했지만, 오히려 주변에서 의아해했다고 한다.
의구심을 딛고 장수의자를 설치한 지 2년, 지금까지 무단횡단 사망자가 단 1명도 발생하지 않았을 만큼 큰 효과를 보고 있다.
그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아이디어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에는 특수 형광 물질을 주택가 가스 배관 등에 발라, 절도를 예방하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다.
스마트폰을 보느라 신호를 잘 인지하지 못하는 시민을 위해 바닥 LED 신호등도 한국교통안전공단과 협력해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또, 실종자 수색에 드론을 투입하는 아이디어도 최초로 냈다.
이전까지 헬리콥터를 지원받아 업무를 수행했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아 고민하던 중, 드론이 취미인 팀원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토록 그가 누군가를 배려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 것은 어머니의 가르침이 컸다.
그의 어머니는 과거 5일장을 돌며 장사를 했는데, 당시에는 지역 경찰에게 돈을 건네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어느 날 어머니가 “희한한 경찰이 있더라. 돈 안 받을 테니 장사나 잘하고 가시라고 하더라”며 그에게 “너도 저렇게 어렵고 힘든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어머니의 바람처럼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로 현장을 누비는 유 경정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저는 항상 위에다 얘기하는 게 지침을 만들든지, 당신네들 역할을 그거고 나는 국민을 위해서 일선에서 뛰는 게 내 역할이다. 공무원 한 사람이 변하면 많은 걸 변화시킬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