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바다에 잠기고 있습니다” 물속에서 연설한 섬나라 장관

By 김우성

“우리는 가라앉고 있습니다”

남태평양에 위치한 섬나라의 장관이 바다에 들어가 ‘수중연설’을 펼쳤다.

기후변화로 존폐 기로에 선 섬나라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전하기 위함이었다.

지난 4일(현지 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세계 지도자들이 모였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한 사람의 연설 영상이 참석자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 주인공은 바로 사이먼 코페 투발루 외교장관이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호소하기 위해 바닷물에서 연설하고 있는 사이먼 코페 투발루 외교장관 / 연합뉴스

영상에서 코페 장관은 바다 가운데 서 있었다. 허벅지까지 차오른 바닷물 속에서 그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투발루에서 우리는 기후변화와 현실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지금 보시는 것처럼 해수면 상승을 견뎌내고 있습니다”

사실 그가 연설한 바다는 놀랍게도 얼마 전까지 육지였던 곳이다.

투발루는 하와이와 호주 사이 태평양에 위치한 군도 국가로 해발고도가 약 2m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매년 0.5㎝씩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전체 인구 1만 2천 명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나라를 이루는 9개의 섬 중 이미 2개가 사라졌고, 나머지 섬들도 이번 세기 안에 바닷물에 잠길 위기에 처해있다.

연합뉴스

코페 장관은 이런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이번 기자회견을 준비한 것이다.

그는 “우리는 바다가 우리를 덮치기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기후 변화를 반드시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내일이 오길 바란다면 바로 오늘 과감한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세계 주요국들은 이번 회의를 통해 산림파괴 중단, 메탄 배출량 감축 등에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