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사망보험금을 놓고 54년 만에 나타난 생모와 법적 다툼을 벌이는 가족의 근황이 전해졌다.
가족의 사연은 지난 2월 남동생을 잃은 60대 여성 김종선 씨가 언론에 제보하며 알려졌다.
부산에 사는 김씨는 “자식들이 어릴 때 재혼해 떠난 후 54년간 연락도 없던 모친이 아들 사망보험금을 받겠다고 나타났는데 말이 되느냐”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김씨의 남동생 김종완 씨는 지난해 1월 거제도서 침몰한 어선에서 일하다 실종됐고, 시신은 찾지 못했다.
아버지는 남동생이 태어나기 전 사망했고, 남동생은 미혼이었다.
경찰은 서류상 등록된 생모에게 연락했고, 김씨는 그동안 죽은 줄로만 알았던 어머니를 만나게 됐다.
재혼해서 살고 있던 어머니에게는 아들과 딸, 사위가 있었다.
생모의 사위는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 유가족 대표라고 나타나 김씨와 가족들을 분노케 했다.
김씨 동생 앞으로 나오는 돈은 사망보험금 2억 5천만원과 선박회사의 합의금 5천만원 등 약 3억원. 법대로라면 생모가 모두 수령하게 된다.
김씨는 “모친은 동생이 3살, 내가 6살 때 재혼해 우리 곁을 떠난 후 연락도 한번 없었고 찾아오지도 않았다”며 “할머니와 고모가 어려운 형편에도 3남매를 키워주셨다. 그들이 보험금을 받아야 할 분”이라고 했다.
지난 14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에서는 생모의 입장이 공개됐다.
생모는 “버리고 갔다고 하는데, 버리고 간 건 아니다. 나도 살아야 할 거 아니냐”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렸을 때는 내가 다 키워줬지, 혼자 컸나”라며 “우리 아들 돈 좀 쓰고 나도 죽을 거야”라고 자식의 도리를 언급했다.
아들에게 결혼할 사람이 있었다는 말을 들은 생모는 “결혼했으면 내가 (사망보험금) 못 타지”라며 “법에서는 엄마가 어떻게 하든 나에게 (보험금이) 온다고 하는데, 나를 엄마라고 다 준다고 하는데. 내가 받아야 먹고 살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씨 등 가족들은 법원에 보험금 등 지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지난 2월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에게 사망한 아들의 보험금 등 재산의 상속권을 주어서는 안 된다”며 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다만 이는 지급을 잠시 미룬 것일 뿐, 현행법대로라면 생모가 상속 1순위로 결국에는 아들의 사망보험금 등을 수령하게 된다.
김씨와 모친은 본 소송을 통해 법적 다툼을 이어갈 예정이다.
모친 재혼해 낳은 아들은 “법적인 절차를 따르기로 했으니 더는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모친 대신 3남매를 키운 고모는 “우리는 돈도 10원도 필요 없다. 못 해준 것만 생각나고 내가 죄인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