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전 댐 건설로 물에 잠겼던 필리핀 옛 도시가 극심한 폭염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3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북쪽으로 약 130㎞ 떨어진 누에바 에시하 지역 다목적댐이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내면서 수몰됐던 구시가지 ‘올드 판타방안’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18세기 형성된 이 도시는 1970년 근처 강에 댐이 건설되면서 54년간 물속에 잠겨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이어진 폭염으로 저수지 수위가 50m 넘게 낮아지고 일부 지점은 물이 바짝 말라 바닥을 드러냈다. 이로 인해 수면 아래 있던 300년 된 교회, 묘지, 옛 시청 청사 일부 등도 다시 햇빛을 보게 됐다.
지난 1983년과 2020년 등 심한 가뭄이 찾아왔을 때 구조물 일부가 드러난 적은 있지만 마을 잔해가 광범위하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말론 팔라딘 필리핀 국립관개청 감독관은 “저수지가 생긴 이후 6차례 정도 (유적) 모습이 보이긴 했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 드러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최근 필리핀 대부분 지역 기온은 섭씨 40도가 넘고, 일부 지역에서는 습도를 감안한 체감온도가 50도까지 치솟았다. 올드 판타방안이 위치한 무뇨스 마을도 지난달 체감온도가 47도까지 올랐다. 찌는 듯한 더위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도시까지 수면 위로 끄집어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