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남단에 있는 작은 섬 마라도에는 고양이 수십 마리가 살고 있다.
10년 전쯤 주민들이 쥐를 잡기 위해 데리고 온 녀석들이다.
그런데 지금은 천덕꾸러기 신세가 돼 섬 밖으로 쫓겨날 처지라고 한다.
지난 12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마라도 주민들이 조류 보호를 위해 길고양이를 섬 밖으로 내보내는 데 동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천연보호구역인 마라도에는 ‘신비의 새’라 불리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뿔쇠오리 등이 서식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마라도 내 길고양이가 뿔쇠오리를 공격한다는 민원이 나오고 있다.
해당 고양이들은 과거 주민들이 쥐 포획 혹은 반려동물로 들여왔다가 야생화된 것이다.
현재 마라도 내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는 고양이들은 뿔쇠오리 등 마라도에 오가는 철새들을 위협하고 있어 주민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2018~2019년 조사 당시 뿔쇠오리 개체 수 가운데 5% 이상이 고양이로부터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길고양이는 뿔쇠오리뿐 아니라 150종이 넘는 철새들의 위협적 존재”라며 “고양이를 마라도에서 반출하는 것이 가장 직접적인 대처 방법”이라고 진단했다.
마라도 이장 등 주민 10여 명으로 구성된 마을 개발위원회도 회의 끝에 고양이 반출에 찬성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다만 위원회는 고양이를 섬 밖으로 내보내더라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주민들이 먹이를 주며 사랑으로 돌봐 온 소중한 생명체인 만큼 보호시설을 먼저 마련한 뒤 반출해야 하며,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고 알려졌다.
한편, 제주대 연구팀은 지난 10일부터 마라도에서 모니터링(관찰)을 시작했다고 한다.
연구팀이 하루 동안 섬 곳곳을 돌며 확인한 고양이 수는 약 50마리로, 수의사들과 동행해 고양이의 건강 상태를 확인했으며 심각한 상처가 있거나 기생충 감염 등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일부 고양이를 섬 밖으로 보냈다.
고양이들은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로 옮겨 상태를 다시 확인한 뒤 치료·보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