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감초배우 故 오맹달이 주윤발을 ‘철천지원수’로 여겼던 이유

By 이서현

주성치 영화 ‘소림축구’에 출연해 국내에서도 친숙한 홍콩 배우 오맹달(우멍다)이 세상을 떠났다.

중화권 매체에 따르면, 오맹달은 지난 2월 27일 오후 5시께 간암 투병 중 향년 70세로 사망했다.

지난해 간암 판정을 받은 그는 최근 병세가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맹달은 코믹 연기의 달인으로 수많은 영화에서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전했다.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하지만 그의 인생은 파란만장했고, 희로애락의 중심에 주윤발과의 인연이 자리 잡고 있다.

1980년대와 90년대, 홍콩 영화가 아시아를 휩쓸던 시기였다.

‘영웅본색’과 ‘천장지구’ ‘소림축구’ 같은 영화도 이때 만들어졌다.

주윤발과 유덕화, 주성치 등 홍콩 배우들도 큰 인기를 끌었다.

오맹달도 주연급은 아니지만 다양한 영화에 출연하며 잘 나가던 배우였고, 주윤발과도 친분을 쌓았다.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하지만 가난하게 살다 성공한 오맹달은 술과 도박에 빠져 흥청망청 돈을 쓰며 결국 파산했다.

영화계에서 그의 평판은 바닥이었고, 어떤 감독도 그와 일하기를 꺼렸다.

1980년, 그는 친한 친구이자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주윤발에게 돈을 빌려달라며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주윤발은 “스스로 해결하라”며 매몰차게 거절했다.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의 말에 당시 오맹달은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절망했다고 한다.

1990년 개봉한 ‘천장지구’의 장면 | 드림차일드코리아

그 후 정신을 차린 오맹달은 그때 일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고 연기 연습에 매진했다.

1990년, 그에게 기회가 왔다. 진목승 감독이 준비 중이던 영화 ‘천장지구’에 캐스팅된 것.

이미 유덕화와 오천련이 캐스팅된 상태였고, 오맹달은 주인공의 절친 역으로 많은 배우가 욕심내던 배역을 맡게 됐다.

오맹달은 특유의 감초 연기를 선보였고, 덕분에 금상장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재기했다.

당시 그는 수상 축하연에서 축하 인사를 건네는 주윤발을 철저히 무시했다.

영화 ‘소림축구’

이후, 오맹달은 주성치와 단짝을 이뤄 ‘도성’ ‘식신’ ‘서유기:월광보합’ 등에 출연해 환상의 코믹연기를 선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천장지구’ 진목승 감독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방송가에서 퇴출당한 그가 ‘천장지구’에 출연할 수 있었던 건 주윤발의 추천 때문이었다는 것.

어렵게 사는 오맹달을 돕기 위해 주윤발이 나서서 영화 캐스팅을 부탁했고, 감독은 이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그때서야 오맹달은 주윤발의 진심을 알고서 찾아가 사과를 했다.

주윤발도 그때 돈을 빌려줘도 다시 도박에 빠질 것이 걱정됐다며 도움을 거절했던 깊은 속내를 털어놨다.

오맹달은 이후 인터뷰를 통해 “만약 그때 주윤발이 돈을 빌려줬다면 나는 망가졌을 거다. 도박을 끊지도 못했을 거고 다시 일어나지도 못했을 거다”며 고마운 마음을 고백했다고 한다.

두 배우의 진한 우정은 최근 오맹달의 사망 이후 다시 재조명되며 감동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