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밖에 안 캤는데…” 황당했던 ‘1억’ 짜리 당근 절도 사건의 결말

By 이서현

비싸도 너무 비싼 당근을 서리했다가 된통 혼난 주민들이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난 2017년 있었던 대학 실험용 당근 도난 사건이 다시 화제를 모았다.

당시, 충북대학교 농업생명환경대학 실험 농장에 남녀 3인조가 무단으로 침입했다.

1명이 망을 보는 사이, 2명이 캐낸 당근은 무려 80kg. 시가 20만 원어치였다.

유튜브 채널 ‘뉴스TVCHOSUN’

하지만, 이는 질병 저항용 품종 개발용으로 정부 지원금 1억 2천만원이 투입된 특별한 당근이었다.

삼인조의 서리를 끝으로 밭에 있던 해당 품종의 당근이 모두 사라지자 연구에 차질이 우려됐다.

김흥태 충북대학교 식물의학과 교수는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고 대학원생들이 이 밭에서 나는 결과로 논문을 쓰고 석사학위도 받는데 그 학생들의 논문까지 가능할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피의자분들이 크게 처벌받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이번 일을 계기로 서리에 대한 경각심을 울렸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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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황당한 사건이다 보니,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연구데이터를 훔치거나 방해하려는 목적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서리를 해간 사람들은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 만났다.

SBS ‘궁금한 이야기 Y’

가담자 A씨는 “남한테 10원짜리 하나도 손해를 입혀본 적이 없다. 내가 날마다 손해보고. 거기서 (당근을) 캐 와서 TV 나왔다고 하고 경찰이 밀어 닥치고 하니까 그후부터 심장병도 생기고 밥도 제대로 못 먹는다”고 말했다.

SBS ‘궁금한 이야기 Y’

또 다른 가담자 B씨는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금액 듣는 순간 우리는 갚을 능력이 안 되니까 그 값어치만큼 콩밥 먹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 ‘뉴스TVCHOSUN’
SBS ‘궁금한 이야기 Y’
SBS ‘궁금한 이야기 Y’

고기를 구워 먹으려고 운동 삼아 상추를 뜯으러 갔고, 마침 당근이 눈에 보이자 조금 뽑아온 것이라는 것.

또 본인들 뿐 아니라 이전부터 다른 사람들도 서리를 해왔다는 부분을 언급했다.

사건이 있던 달, 충북대 농대 부속농장에서 연구비 5700만원이 투입된 연구용 파 400여 주가 사라지기도 했다.

전무후무한 당근 절도 사건의 결말은 어떻게 됐을까.

최근 충북대 관계자는 “절도 혐의로 입건됐던 인물들을 처벌하지 않고, 결국 선처했다”라고 밝혔다.

대학교 측에서 민법에 따라 이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었지만 모두 선처한 것.

또 당시 실험이 마무리 단계여서 대학원생들은 다행히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