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문제로 이별 연습을 하던 형제가 다행히 함께 살게 됐다.
강원 춘천에 사는 전건호(25) 씨는 중학생 남동생을 돌보는 청년 가장이다.
10여 년 전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여의었고, 형제를 보살펴주던 외고모할머니는 과로로 돌아가셨다.
빚을 지고서 집을 나간 아버지와는 연락이 끊겨 어떻게 살아가는지조차 알 길이 없다.

그렇게 두 형제는 2015년부터 서로를 의지하며 단둘이 지냈다.
동생 진호 군에게 건호 씨는 세상에 하나뿐인 보호자이자 가족이었다.
건호 씨는 동생을 돌보면서도 생계를 위해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업을 이어갔다.

그런데 건호 씨는 2016년 신체검사에서 현역입영대상 판정을 받았다.
실제 형제들의 보호자는 없지만, 당시 서류상에는 집을 나간 아버지가 여전히 법적 보호자로 되어 있어서 이러한 판정이 나온 것으로 추정될 뿐이었다.
2019년 9월 건호 씨에게 영장이 날아왔다.
당시 건호 씨는 아버지가 ‘거주지불명’ 등록 1년이 지난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군면제 관련 문의를 했지만 당국은 확실한 답을 주지 못했다.

군대에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건호 씨는 이후 약 2년 동안 동생과의 이별을 준비했다.
2020년, 두 형제의 사연은 KBS1 ‘동행’으로 전파를 타 시청자를 안타깝게 했다.
당시 방송에서 건호 씨는 무거운 마음을 안고 동생이 지낼 보육원을 알아보기도 했다.
시설도 괜찮고 밥도 잘 나온다는 건호 씨의 말에 동생은 “(보육원에) 안 갈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가야지”라고 말하며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그 후 두 형제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형제의 딱한 사연을 접한 서승완 변호사의 도움으로 건호 씨는 지난해 3월 병역 면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아버지가 살이었어 건호 씨는 동생의 법적 보호자로 인정받지도, 병역 혜택을 받기도 쉽지 않았다.
서 변호사는 병무청 담당자와 통화하며 관련 서류를 준비하고 심사기관에서 면제 판정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현재 형제는 대안학교에 다니는 진우 군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주말에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