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나 지하철, 카페 등에서 헤어롤로 머리를 고정하고 다니는 여성들.
한국에서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헤어롤’이 미국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국에서 헤어롤이 미적 기준의 변화이자, 세대 구분의 상징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요즘 젊은 여성들은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헤어롤도 말고 화장도 한다.
길거리에서도 머리에 분홍색 롤을 만 어린 학생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기성세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과거에는 헤어롤로 머리를 풍성하게 다듬고 화장을 하는 건 대부분 외출을 하기 전 집에서 마치고 나서는 게 보통이었다.
밖에서 헤어롤을 하고 돌아다니는 건 일종의 ‘칠칠치 못한 행동’으로 여겨졌고 비웃음거리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밖에서 헤어롤을 하는 것이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2015년, 아이돌그룹 EXID의 멤버 하니가 SBS ‘런닝맨’에서 헤어롤을 하고 잠을 자는 모습이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하니는 유재석과 미션장소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헤어롤을 꺼내 자연스럽게 말았다.
당시만 해도 길거리에서 헤어롤을 만 여성이 드문드문 보이던 시절이었다.
방송에서 헤어롤을 꺼내든 하니의 행동은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털털함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헤어롤은 다시 한번 큰 주목을 받았다.
2017년, 이정미 변호사(당시 헌법재판소장 권한 대행)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에 헤어롤 2개를 감고서 출근했다.
시간을 쪼개 업무에 치중하다 헤어롤을 푸는 걸 깜빡 잊은 것.
한국 언론은 물론이고 외신까지 이를 열정적으로 보도하며 ‘이정미 헤어롤 신드롬’이 불었다.
AP 통신은 “한국의 일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투영된 순간이었다. 이날 이정미 권한대행의 헤어롤을 웃음거리로 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고 보도했다.
그 덕분(?)일까. 더 많은 이들이 당당하게 헤어롤을 말고 거리를 활보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기성세대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뉴욕타임스도 이런 이유로 헤어롤을 세대 구분의 상징물로 언급한 것이다.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윤김지영 교수는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며 “준비과정을 보여줘도 전혀 상관없는 어떤 남. 타인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 안에서 일종의 헤어롤이 유행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헤어롤을 마는 여성 개인에 대한 공격이 되어서는 안된다. 소위 말해서 ‘무개념녀’라든지 자신의 외향에만 신경을 쓰는 사람으로 몰리게 되면 결국은 또 다른 여성혐오 코드를 만들 수 있다”라며 “판정을 내릴 것이 아니라 갑론을박의 과정에서 논의 진전이나 여성의 의식이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 흐름을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