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경찰관 된 남매, 아빠는 다리 붕괴 30초 전 이웃 구한 의인이었다

By 이현주

지난해 강원도 평창에서 태풍으로 다리가 무너지기 직전 차량 통행을 제지해 인명 피해를 막은 주민이 있다.

최근 이 주민의 두 자녀가 나란히 경찰관에 임용돼 화제다.

강원경찰청 제공

25일 강원경찰청은 박근민(28), 박미리(26) 남매가 지난 4월 신임 순경으로 평창경찰서에 배치돼 근무 중이라고 밝혔다.

평창에서 태어나고 자란 남매는 자신들의 꿈이었던 경찰관이 되어 고향에서 일하게 됐다.

남매가 동시에 경찰 시험에 합격해 같은 초임지로 발령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게다가 남매에게는 특별한 사연이 하나 더 있었다.

박광진 씨 가족/ 평창경찰서 제공

남매의 아버지는 바로 ‘평창 송정교 의인’으로 불리는 박광진 씨였다.

아버지 박 씨는 지난해 9월 태풍 ‘마이삭’이 강타했을 당시 송정교가 무너질 조짐이 보이자 수신호로 차량 진입을 막았다.

당시 그는 “오지 마. 건너오지 마. 돌아가”라고 외치며 필사의 손짓으로 차가 다리에 들어서지 못하게 했다.

연합뉴스

그리고 30초 후 다리는 푹하고 꺼졌다.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해 이웃을 살린 것이다.

박 씨는 다리가 무너진 이후에도 경찰, 소방대원과 함께 차량 통제를 도왔고 지역민들에게 ‘영웅’, ‘의인’으로 불리게 됐다.

무너진 평창 송정교/ 연합뉴스

박 씨는 자녀들이 경찰 시험에 합격해 임용된 것을 크게 기뻐했다.

그는 “송정교가 무너질 때 차량을 막은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고, 그런데도 많은 관심과 격려를 해주셔서 감사했다”면서 “제가 뜻깊은 일을 해서 하늘에서 복을 준 것 같다”라고 말했다.

남매 또한 “부모님처럼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고향인 평창의 안전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