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 생일이라 꼭두새벽 미역국 끓여 놓고 나갔는데 이런 변을 당할 줄이야…”
9일 오후 광주 재개발 지구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무너져 바로 옆 도로에 정차한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 사고로 탑승자 9명이 목숨을 잃었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 가운데 사고 희생자들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마음을 아리게 했다.
광주지법 인근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던 곽모(64) 씨.
생일을 맞은 큰아들을 위해 미역국을 끓여 놓고 바삐 나갔다가 참변을 당했다.
장사 준비를 위해 장을 보고 돌아가는 길이었던 곽 씨는 두 정거장을 남겨두고 돌아오지 못했다.

곽 씨의 시누이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 내내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그는 “올케가 사고 나기 직전에 오후 4시쯤 큰아들과 통화했다고 한다. 그게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 ‘내일 장사에 쓸 음식 재료 사려고 시장에 가는 길’이라고 했단다”며 흐느꼈다.
이어 ” 나도 사고 날 때 현장 가까이 있는 과일가게에 있었다. 지나가다가 건물은 무너지고 희뿌연 연기가 가득한 걸 보고 너무 놀랐는데, 우리 가족이 거기 있을 줄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같은 날 다른 사망자들이 안치된 전남대병원도 유족과 시민들이 몰려와 통곡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오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한 여성이 안치실로 찾아와 “어머니가 그 버스에 탔다는데 아직 연락이 안 된다”며 도움을 청했다.
어머니 성함을 확인한 경찰이 “돌아가신 게 맞다”고 답하자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희생자 가운데는 고등학생도 있었다.
늦둥이 외아들로 동아리 활동을 위해 학교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

한 70대 여성은 봉사활동을 마치고 귀가하던 길에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사건 당일 철거 업체는 굴착기를 동원해 건물 5층 부분을 철거하고 있었다.
건물 높이와 비슷한 토산에 굴착기를 올려 한 층씩 부수며 내려가고, 안쪽부터 바깥 방향으로 건물 구조물을 조금씩 철거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작업자들은 건물에서 소리가 나는 등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고 한다.
광주경찰청은 “전담 수사팀을 편성해 업무상 과실 등에 대해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