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정상을 향한 기성용(뉴캐슬)의 3번째이자 마지막 도전이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끝났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대한축구협회는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 출전 중인 기성용이 오른 햄스트링 부상으로 남은 경기에 뛰지 못한다고 발표했다. 기성용은 21일 오전 영국으로 떠난다.
기성용은 지난 7일 필리핀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오른 햄스트링을 다쳤다. 돌파 과정에서 근육에 이상을 느끼면서 곧장 그라운드를 빠져나왔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장면이 기성용의 마지막이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대한축구협회는 1주일 가량 안정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발표대로라면 부상 정도는 심하지 않았다. 토너먼트가 시작되면 훌훌 털고 돌아올 줄 알았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재활 과정은 무척 순조로웠다. 초기 호텔에서 치료를 받던 기성용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그라운드로 나섰다. 지난 18일에는 공을 활용한 훈련까지 실시했다. 멀리 떨어진 곳에 스태프들을 세워두고 긴 패스를 전달했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지키는 골문을 향해 슛 연습도 했다. 속도를 낸다면 22일 바레인과의 16강전 교체 출전도 가능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들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불과 이틀 만에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기성용은 19일 훈련 후 통증을 호소했다. 검진 결과 부상 부위 회복이 더딘 것이 발견됐다. 대회 종료까지 2주 가량이 남았지만 대한축구협회가 서둘러 남은 경기에 뛸 수 없다고 공표한 것과 소속팀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최초 부상 때보다 상태가 안 좋아졌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기성용에게 UAE 대회는 마지막 아시안컵이었다. 기성용이 아시안컵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때다.
만 22세의 나이임에도 대범한 플레이로 주전 자리를 꿰찼다. 일본과의 4강전에서는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당시 원숭이 세레머니를 두고 축구팬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은 일본에 패해 3위로 대회를 마쳤다.
2015년 호주 대회에서는 주장 완장을 찼다. 곽태휘, 이근호, 박주호 등 선배들과 손흥민, 김진수 등의 가교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호주와의 결승전에서는 후반 종료 직전 손흥민의 동점골을 도왔다. 그러나 이번에도 우승과 연이 닿지 않았다.
두 번의 실패는 UAE 대회에 대한 더 큰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기성용은 UAE로 향하기 전 영국 현지 언론들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이번 대회는 우리나라에 무척 중요하다. 우리는 거의 60년 동안 우승을 하지 못했다”면서 정상 등극을 향한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불의의 부상으로 기성용은 더 이상 동료들과 함께 할 수 없게 됐다.
어쩌면 앞으로는 아예 대표팀 생활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성용은 부상 소식이 전해진 후 인스타그램에 ‘신께 감사드린다. 마침내 끝났다(THANK GOD IT’S FINALLY OVER)’고 적힌 사진을 게재했다. 선수의 구체적인 의중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태극마크를 내려놓겠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기성용은 2018 러시아월드컵 이후 대표팀 은퇴설이 불거졌지만 파울루 벤투 감독의 만류로 이번 대회에 출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