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청각장애 선수가 남자프로테니스 단식 본선 경기에서 승리했다. 경기 사상 최초다.
지난 19일(현지 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윈스턴세일럼에서는 윈스턴세일럼오픈 단식 1회전 경기가 개최됐다.
이날 대한민국 이덕희(21) 선수는 스위스의 헨리 라크소넨 선수를 상대로 2-0이라는 성적을 거두며 우승했다.
이덕희 선수는 선천성 청각장애 3급의 장애인이다.
이날 경기에서 승리함으로써 이덕희는 지난 1972년 창설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에서 청각장애 선수로는 본선 최초로 승리 기록을 세운 선수가 됐다.
테니스라는 종목은 청각의 역할이 중요한 운동이다. 공이 코트나 라켓에 맞는 소리, 심판 판정 소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
청각장애 3급인 이덕희 선수는 귀에 대고 하는 말도 제대로 들을 수 없는 정도다.
그러나 이덕희 선수는 “특별한 대우를 받지 않고 세계 최고가 되고 싶다”고 다짐하며 “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공에 집중하고 상대 몸동작을 읽으면서 상황을 파악했다”고 전했다.
매우 불리한 조건을 가진 가운데서도 강한 정신력과 부단한 노력으로 세계 무대에 오른 이덕희 선수는 국내보다 국외에서 더 유명하다고.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2016년 리우 올림픽 테니스 금메달리스트인 영국의 앤디 머리 선수 또한 이날 이덕희 선수를 높이 평가했다.
7살 때 테니스를 시작해 12살 때 동급 국내 최강에 오르고 16살에는 성인 랭킹포인트를 처음 따내 외신의 주목을 받은 테니스 천재 이덕희.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테니스 남자 단식에서는 12년 만에 대한민국에 메달을 안겨주기도 했다.
이덕희 선수는 이날 “몇몇 사람들이 제 장애를 비웃기도 하고 좋은 선수가 될 수 없다고 말했지만 그들이 틀렸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며 “청각장애가 있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절대 좌절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덕희 선수는 이틀 뒤인 21일 이어진 본식 2회전에서 자신보다 20cm 이상 큰 폴란드의 후베르트 후르카치에게 1-2로 안타깝게 역전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