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29)와 고다이라 나오(32)의 라이벌전으로 주목받은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는 한편의 드라마와도 같았다.
본의 아니게 라이벌이 돼 치열하게 싸워야 한 두 선수의 포옹은 승패를 떠나 존중과 우정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
은메달이 확정된 직후 이상화는 안도의 눈물을 쏟았고, 금메달리스트가 된 고다이라는 기쁨을 잠시 접어둔 채 이상화에게 다가가 포옹으로 위로했다.
이 장면은 올림픽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도 올라왔다. 올림픽 공식 계정은 두 선수의 포옹하는 모습과 함께 “고다이라 나오와 이상화가 경기 후 서로를 축하하고 있다”는 글을 남겼다.
일본 데일리스포츠는 19일 “아름다운 광경이었다”면서 당시 두 선수가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고다이라가 먼저 “압박을 이겨내고 잘 해냈다. 나는 여전히 당신을 존경하고 있다”고 했다. 이상화는 “너는 1000m와 1500m도 뛰었는데 500m도 해냈다. 정말 대단하다”고 답했다.
AP통신도 “역사적인 문제로 얽혀있는 두 나라지만,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는 화합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NBC는 “고다이라와 이상화가 서로 격려하는 모습은 스포츠맨십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하나 뿐인 금메달을 두고 불꽃 퇴는 경쟁에 나섰지만 사실 두 선수는 국경을 초월한 우정을 나누는 사이다. 고다이라는 이상화가 “항상 친절하다”면서 에피소드를 전했다.
“3년 전 서울에서 월드컵 우승을 한 뒤 곧장 네덜란드로 돌아가야 했다. 그때 이상화가 공항으로 가는 택시를 불러줬고 요금까지 내줬다. 결과가 억울할 법도 한 데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이상화도 기억하고 있는 일화다. “고다이라가 한국 집에 놀러온 적이 있다. 사이가 굉장히 좋았기에 초대했다. 고다이라와 경쟁할 때 나쁜 기분이 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내가 일본에 가면 항상 돌봐준다. 선물도 주고, 일본 음식도 보내준다. 특별한 친구다.”
남들이 은퇴를 떠올릴 30대 문턱에서 네덜란드 유학이라는 승부수를 띄운 고다이라는 이번 대회를 통해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단거리 최강자로 우뚝 섰다.
양민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