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착하게 우승 소감을 이어가던 여서정(16·경기체고)의 눈에 이슬이 고였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도마 경기를 해설한 아버지 여홍철(47) 경희대 교수가 딸의 금메달 획득에 방송 중계 중 눈물을 흘렸다는 말에 여서정의 얼굴도 금세 상기됐다.
16세 소녀답지 않게 차분하게 우승 소감을 이어가던 여서정은 한동안 말을 멈추더니 “꼭 올림픽 때도 금메달을 따서 아빠 목에 걸어드리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여서정은 23일 처음 출전한 아시안게임 여자 도마 결선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4년 히로시마, 1998년 방콕 대회 남자 도마를 2연패 한 여 교수와 함께 ‘부녀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여 교수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양학선(26·수원시청)이 금메달을 목에 걸기 전 우리나라 체조의 첫 올림픽 금메달 염원을 풀어 줄 기대주였다.
그러나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도마에서 눈물을 훔치며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고난도 공중 연기 후 착지 때 하체가 무너진 바람에 다 잡은 금메달을 놓쳤다.
당시 체조인들은 착지 후 세 발자국만 움직였더라도 금메달은 여홍철의 것이었다며 한탄했다. 모든 것을 다 이룬 여 교수에게 없는 한 가지가 올림픽 금메달이다.
딸 여서정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감정이 북받친 여서정은 그래서 눈물을 흘리며 2년 후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 아빠에게 걸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압도적인 점프력과 나무랄 데 없는 연기로 아시아 ‘도마 퀸’에 오른 여서정은 “착지가 불안했지만, 나 자신을 믿고 하라는 아빠의 말씀대로 자신 있게 했고, 금메달을 따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다”고 운을 뗐다.
여서정은 “아빠가 결선 전에 메달 생각하지 말고, 긴장하지 말고, 너 자신을 믿고, 최선을 다해 연기하고 포듐을 내려와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실제 여서정은 훈련 때부터 자신 있게 뛰어 도마 위를 화려하게 비상했다.
단체전 예선, 결선 때와 마찬가지로 한 번도 도마 연기 후 매트 위에 넘어진 적이 없을 정도로 쾌조의 컨디션과 완벽한 착지 실력을 뽐냈고 결선에서 마침내 일을 냈다.
이번에 금메달을 따내면서 여서정이 5년 전 아버지 여홍철과 함께 MBC ‘세바퀴’에 출연해 고된 훈련에 힘든 마음을 털어놨던 장면도 다시 화제다.
당시 여서정은 “훈련을 그만두고 싶다고 할머니와 다른 친척들에게는 다 말했는데 엄마 아빠에게는 말하지 못했다”며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