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23일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에서 8강에 진출하자 현지 축구팬들이 열광했다.
박항서 호가 올해 초 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 신화를 만들어갈 때 일었던 신드롬이 재연되는 분위기다.
이날 오후 7시 30분(현지시간) 베트남 대표팀이 바레인을 상대로 16강전을 펼치자 베트남 전역의 카페와 식당 등에는 박항서 호를 응원하려는 축구팬들이 대거 몰렸다.
TV 등으로 축구경기 중계 영상을 보여주는 곳이면 어디든 손님으로 가득 찼다.
특히 대형 스크린을 2개나 설치한 하노이시의 한 카페에는 몰려든 손님 100여 명이 건물 앞 인도까지 점령한 채 단체 응원전을 폈다.
경기장에서처럼 우렁찬 응원구호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선수들의 움직임에 시선을 고정한 채 박수와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베트남 대표팀이 위기의 순간을 넘기거나 아까운 기회를 놓쳤을 때는 일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거나 탄식을 쏟아내는 등 선수들과 호흡을 함께했다.
특히 후반 43분 응우옌 꽁 프엉이 결승골을 뽑아내자 기쁨은 절정에 이르렀다.
이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두 손을 번쩍 들어 박수를 치며 환호했고, 나팔을 불며 기뻐하는 팬도 있었다.
일부 팬들은 폭죽을 터트렸고 단체로 춤을 추며 승리를 자축하는 이들도 있었다.
현지 온라인 매체 징은 수백만 명이 베트남 대표팀의 아시안게임 첫 8강 진출을 자축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또 박항서 감독이 후반 33분 결승골의 주인공인 프엉 선수를 교체 투입하는 등 능력을 과시했다고 평가했다.
박 감독은 이에 대해 “3-4-3 전술을 펴다가 바레인의 선수가 1명 퇴장당한 후 4-4-2 전술로 바꿨고, 빠른 선수가 필요해 프엉 선수를 투입했는데 기대에 부응했다”고 말했다.
또 VN 익스프레스가 “베트남이 아시안게임에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면서 이날 경기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는 등 현지 언론이 박항서 호의 매직을 신속하게 보도했다.
간간이 비가 내리는데도 길가에서 경기를 끝까지 지켜본 롱(18)은 “박항서 감독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면서 “축구대표팀이 계속 이겨줘서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바레인을 이기고 아시안게임 첫 8강에 진출하며 베트남 축구 역사를 다시 쓴 박항서 호는 오는 27일 시리아와 4강을 다툰다.
베트남 대표팀은 그동안 2010년과 2014년 대회에서 16강에만 두 번 올랐다.
덕분에 축구 경기 중계에 붙는 TV광고 단가가 다른 경기의 배 이상인 30초당 1억5천만 동(약 723만원)으로 뛰었다.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의 조력자로 4강 신화를 이끈 박항서 감독은 지난해 10월 베트남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베트남 축구의 역사를 거듭 새로 쓰고 있다.
지난 1월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은 물론 동남아 국가 중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해 준우승 신화를 일궈냈고, 이번 아시안게임 조별리그에서도 처음으로 동아시아 강자 일본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