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평창동계올림픽 스타디움에서 대회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이 열렸다.
대회 개막 직전까지 개막 행사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성화 최종 봉송 주자는 ‘일급보안’ 대상이었다. 그런데 성화대에 불을 붙인 주인공은 역시 추측대로 ‘피겨 퀸’ 김연아였다.
현역 선수 시절부터 강한 정신력으로 어려운 고비를 담담하게 잘 넘겼던 김연아는 이날도 전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올림픽 성화 점화라는 무거운 임수를 훌륭하게 수행해 냈다.
김연아는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소속으로 참가한 박종아(남측)·정수현(북측)에게서 성화를 넘겨받은 후 성화대에 마련된 미니 빙판에서 우아한 연기를 선보였다. 그리고 평창올림픽 개막을 알리는 성화를 점화했다.
개막 다음날인 10일 오전 평창 메인프레스센터(MPC)에 있는 강원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연아는 개막식을 주관한 송승환 총감독과 함께 전날 밤 자신이 쓴 역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연아는 “굉장히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 짧았지만 스케이팅 모습을 오랜만에 보여줄 수 있어 그 순간을 잊지 못할 것 같다. 10년 넘게 선수 생활을 했지만 그렇게 높은 곳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것은 처음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실수 없이 잘 할 수 있었다”고 인사했다.
이어 “넘어질 수도 있으니 오로지 실수하지 않으려 집중했다. 경기는 만회할 기회가 있지만 개회식은 딱 한 번의 기회였다”며 실수 없이 아이스댄스를 해 낸 것에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김연아는 성화 점화자로 자신이 지정됐다는 소식은 몇 달 전에 들었고 구체적인 논의는 많았지만 실제로 연습한 것은 5일 밤부터 이틀 정도였다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쓴 것은 실수하지 말아야한다는 것이었다. 행여나 넘어지면 안 되니까, 그것만 고민했다. 사실 무대에 올라가니 사람들은 잘 보이지 않았다. 실수를 하지 않아 다행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연습을 할 때도 그리 긴장하지는 않았다. 리허설 때도 그리 큰 느낌이 오지 않았는데, 막상 실전에 돌입하니까 느낌이 확 달랐다. 성화를 받고 불을 붙이는데, 그때는 나도 울컥했다. 선수 출신이기도 하고, 올림픽이 진짜 시작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드니까 뜨거워졌다”라고 고백했다.
양민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