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화 엑시트가 개봉 14일 만에 600만을 돌파했다.
엑시트에는 신파나 분노 유발캐릭터가 없다. 남녀의 뻔한 멜로나 비장함도 없다.
대신 쉽고 깔끔하고 재미있다.
여기에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액션 오락영화라는 점이 입소문을 타며 흥행 돌풍이 시작됐다.
특히 인간미 넘치는 등장인물은 그냥 보통의 이웃과 닮아 공감대를 높인다.
드라마를 보고 싶은 용남(조정석 분)의 아버지와 건강정보 프로그램을 보고싶은 용남의 어머니는 리모컨 다툼을 벌인다. 용남의 조카는 친구들과 함께 놀다 백수 삼촌을 만나자 외면한다.
용남의 누나는 백수 동생이 한심해 등짝을 후려치지만, 어머니의 칠순 잔치에 깔끔하게 머리를 깎고 오라며 용돈을 쥐어 쥔다. 용남의 어머니는 잔치가 끝나자 남은 뷔페 음식이 아까워 바리바리 챙긴다.
재난의 중심에 선 용남과 의주(김윤아 분) 역시 보통의 재난 영화 주인공과 다르다.
멋있는 음악을 배경으로 비장하게 앵글에 담겨야 할 것 같은 장면도 왠지 모르게 쭈글쭈글하고 짠하기만 하다.
마치 조명과 특수효과를 걷어내고 자연광 아래서 정직하게 찍은 사진처럼.
시작은 다른 영화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의주는 구름정원 부점장으로서 투철한 직업의식을 보인다. 긴급한 상황에서도 비상벨을 울리며 손님을 먼저 대피시킨다.
용남 역시 “심마니가 될꺼냐”며 자신을 무시하던 누나와 가족을 위해 주저 없이 고층 건물을 유리창을 깨고 옥상으로 돌진한다. 온갖 노력 끝에 구조헬기가 왔을 때도 인원이 초과하자 용남과 의주는 의연하게 다른 이들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그러나 멋있는 건 여기까지다.
두 사람은 곧 발을 동동 구르고 코를 훌쩍거리며 운다. 말은 괜찮다고 하지만 얼굴은 전혀 괜찮지가 않다.
영화에서는 이렇게 내적갈등을 겪는 몇몇 장면에서 울먹거리는 두 사람의 모습이 자주 비쳤다. 팬들은 이런 두 사람의 모습이 마치 물에 불어 짜글짜글한 만두 같다며 ‘물만두들’이라고 불렀다.
어쩌면 “재난 상황보다 인물들이 생존하는 방식에 포커스를 맞춰 (기존 영화와) 차별점을 두고 싶었다”라는 이상근 감독의 말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 바로 두 사람의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두렵지만 정의로운 길을 택하는 용남과 의주. 둘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보통의 우리도 같은 상황에 닥치면 왠지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뒤돌아서서는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아 엉엉 울지라도 말이다.
영화를 본 관객들도 “재난 영화인데 주인공들이 너무 사랑스럽다” “결국 울면서 정의로운 일을 하지만 둘 다 평범한 사람답게 자기도 살고 싶었던거 보여줘서 너무 좋았다” “조정석 울다가 뚝 그치는 거 진짜 귀엽다”라며 물만두 같은 두 사람의 모습에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