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감독 최동훈·2015), ‘동주'(감독 이준익·2016), ‘박열'(감독 이준익·2017)은모두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27일 개봉하는 ‘항거: 유관순 이야기’도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이지만, 이들 작품과 결이 다르다.
유관순(1902∼1920) 열사의 삶을 정면으로 조명했다.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관객들을 만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앞서 영화감독 윤봉춘(1902~1975)이 3차례(1948·1959·1966)에 걸쳐 ‘유관순’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만든 바 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이 영화가 처음이다. 우리가 몰랐던 유관순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3·1 만세운동 이후 고향 충청남도 병천에서 ‘아우내 장터 만세운동’을 주도한 유관순이 서울 서대문 감옥에 갇힌 후 1년여의 이야기다. 독립운동가 이전에 한 명의 보통사람인 열일곱 소녀 유관순, 3·1 운동 이후 서대문 형무소에 투옥된 유관순의 이야기, 서대문 감옥 ‘여옥사 8호실’에서 유관순과 함께한 수많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강적'(2006), ‘내 죽음을 알려라'(2009), ’10억'(2009) 등을 연출한 조민호(52)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조 감독은 7년 전 우연히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방문했고, 유관순 사진을 보고 뜨거운 울림을 느꼈다. 이후 역사관 여옥사 8호실을 찾았다. 유관순과 8호실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영화화를 결심했다.
조 감독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죽음을 무릅쓰고 만세를 외친 유관순과 8호실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며 “어두운 시대적 상황에서도 자유와 해방을 향한 뜻을 굽히지 않은 유관순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내고자 노력했다”고 전했다.
1919년 3월1일 서울 종로에서 시작된 만세운동은 중고등학교시절 교과서에서 접한 익숙한 이야기다. 하지만 유관순과 8호실 여성들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제대로 소개된 바 없다. 1920년 3월1일, 만세운동 1주년을 기념해 여옥사 8호실에서 만세운동이 또 한 번 시작되기도 했다.
유관순은 서대문 감옥에서 일제의 고문과 핍박에도 끝까지 신념을 굳히지 않는다. 감형해 주겠다는 일제의 회유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자유란, 하나뿐인 묵숨, 내가 바라는 것에 맘껏 쓰다 죽는 것”이라고 외치며 끝까지 자신이 죄수인 것을 부인한다.
당시 8호실 감옥에는 유관순 말고도 수원에서 30여명의 기생을 데리고 시위를 주도한 기생 김향화, 다방 종업원 이옥이, 유관순의 이화학당 선배 권애라, 시장통에서 장사를 하다가 아들을 잃고 만세운동을 시작한 만석 모, 갖은 고생 속에서 아이를 키워낸 임명애 등 기억해야 할 다양한 인물들이 존재했다.
고아성(27)이 유관순을 연기했다. 김새벽(33)이 김향화, 김예은(30)이 권애라를 담당했다. 3평 남짓의 작은 감옥 안에서 일제에 맞선 여성들의 우정과 연대는 깊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일제에 굴복하지 않고 항거한 이들의 용기있는 외침은 단순한 감동 이상의 경외심을 느끼게 한다. 유관순의 과거 회상과 가족 장면은 컬러, 옥중 장면은 흑백 영상에 담겼다.
조 감독은 “기존의 유관순 전기 영화는 인간 유관순에 접근했기보다는 한 명의 완성된 인간이자 절대 굴하지 않는 강렬한 삶의 의지를 지닌 인물로 그려졌다”며 “하지만 현시대에 유관순을 그려본다면 한 명의 청춘이 겪은 당대의 어려움, 삶 자체의 시대적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대변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시대 사람들의 고뇌와 삶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묘할 정도의 당당한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고민했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 조상들이 어떤 마음과 태도로 세상을 살아왔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고, 우리들의 잃어버린 눈빛을 찾았으면 좋겠다.” 105분,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