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영화 ‘기생충’의 일부 내용을 다룹니다.
아직 영화를 관람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영화 내용은 언론에 공개된, 그리고 봉준호 감독이 허용한 특정 부분까지만 언급됩니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일종의 힌트로 작용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영화를 오롯이 느끼고 싶은 분들은 이 글을 읽지 않길 조심스럽게 권합니다.
영화 ‘기생충’은 우리 사회의 이야기를 그린다. 가난한 가족과 부유한 가족은 어떤 접점을 통해 만나게 되고, 가난한 가족은 ‘기생충’처럼 부유한 가족의 환경에 ‘기생’한다.
그 기이한 만남은 가난한 집의 아들인 기우(최우식 분)가 친구에게 고액 과외를 제안받으면서 시작된다.
갑자기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기우. 고액 과외를 위해 대학교 재학 증명서를 위조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사기극은 시작된다. 기우는 자신의 여동생인 기정(박소담 분)까지 미술 과외 선생님으로 추천하며 두 남매가 부유한 집에 들어선다.
이때부터 가족희비극은 예상치 못한 전개로 숨 가쁘게 흘러간다.
하지만 영화 ‘기생충’을 관람한 사람들이 충격을 받고, 무기력해진 이유는 따로 있다. 단순히 예상치 못한 전개 때문만이 아니다.
영화는 부유한 집과 극명히 대비되는 가난한 집의 환경과 그들의 심리를 완벽하게 묘사했다. 그 ‘살아 있는’ 묘사는 관람객들의 심장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난 기생충을 보는 내내 불편했다”며 영화 후기를 남긴 A씨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무척 가난한 집에서 자라왔다고 밝힌 A씨는 영화를 본 뒤 불편하고, 무기력하고, 슬픈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고등학교 때, 봉준호 감독과 관련된 글을 읽으면서 그를 참 부러워했다”
“부유한 예술가 가정에서 자라면서 밖에서도 배울 수 없는, 예술가적 감각과 열린 사고방식 그리고 우월한 유전자도 부러웠다”
A씨는 가난한 환경에서 맛봤던 좌절감을 털어놨다. 그는 “우리 집은 정반대였지만, 나도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다. 돈이 없어서 영화관은 못 가도, 동네 비디오 가게 사장님보다 비디오를 더 빨리 찾을 만큼 비디오를 자주 빌려봤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학창시절에는 혼자 시놉시스를 써보거나, 시나리오를 상상하며 혼자 즐거워했다. 딱 거기까지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카메라 하나로 영상을 찍으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스티븐 스필버그, 집까지 담보로 잡혀가며 영화 ‘똥파리’를 찍은 양익준 감독, 예술가 가정에서 자라며 감각을 키운 봉준호 감독. 그들처럼 나는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A씨는 “우리 집은 영화 ‘기생충’에 나온 송강호의 집과 비슷했다. 제대로 된 경제적 수입이 없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며, 무언가를 사달라고 조른 건 7살 때가 마지막이었다. 우리 부모님에게는 그럴 능력이 없었고, 나도 꿈을 포기했다”며 토로했다.
영화 ‘기생충’에서처럼, 부유한 집을 바라보며 허탈감을 느끼는 것은 A씨도 마찬가지였다.
시험을 잘 보면 용돈을 올려준다는 부모님, 명절에 용돈을 많이 받았다는 친구들의 이야기. A씨에게는 그런 이야기들도 모두 영화였다.
A씨는 “어쩌면 영화를 보면서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너무 슬프고, 우울했다”고 털어놨다.
가난한 집에서 허황된 꿈들은 그저 허탈감만 남겨줄 뿐이다, 반복된 무기력의 학습은 결국 아무것도 생산할 수 없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아갈 뿐이다, A씨는 말했다.
“나도 지금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성향만은 그대로 남아 있다”고 고백한 A씨. 마지막으로 이렇게 후기를 남겼다.
누구는 영화 속 특정 장면들을 이해하지 못할지 모르지만, 난 뼈에 사무치도록 공감했다. 헛웃음이 나고, 불편하고, 눈물이 나며 또 깊고 깊게 상처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