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영화 <제독의 연인>의
원제는 <제독>이다. 영화는 알렉산더 바실리예비치 콜챠크(Alexander Vasilievich
Kolchak, 1874~1920) 해군 제독의 실화가 바탕이 되었다. 여기서 원제가 <제독>임을 강조한 이유는 영화 속의 “연인관계“는 중요한 주제라기 보다는
“위태로운 사랑 속에서도 명예를 잃지 않는 장교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장치로 보이기
때문이다.
독일 장갑 순양함과 흑해 함대와의 전투를 그린 초반의 해전 부분은 1차대전 당시의 해전을 묘사한 유일무이한 전투신이다. 다만
해전 부분이 초반에만 등장하여 조금 아쉬움을 준다. 그 대신 후반부에는 적군과 백군의 육상전이 묘사되어 전투의 처절함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코르차크 (콘슨탄틴 카벤스키 분)
알렉산더 콜챠크는 1894년 해국사관학교를 졸업하고 1917년 3월 혁명 당시 흑해함대 사령관이었다. 1918년 11월 이후 반혁명정부의 군사장관에 이어 정권 수반이
되어 연합국 측의 지지를 받은 실존인물이다. 물론, 그에
대한 역사적 해석은 구 소련 시절 러시아와, 지금의 러시아에서 완전히 상반된다. 구 소련의 많은 영화에서 공산주의 자들은 알렉산더 콜챠크를 최악의 반동분자이며, 무자비한 사람으로 악마화 하지만, 공산주의의 폐해에 치를 떠는 지금의
러시아인은 그를 영웅으로 본다.
옴스크에서 이르쿠츠크로 병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열차들은 시베리아 횡단열차다. (영상 캡처)
영화 <제독의 여인>은
지금의 러시아인의 관점에서 알렉산더 콜챠크를 바라보면서, 그 시대의 공산주의자들과 비 공산주의자의 차이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국가와 민족이 심한 갈등을 겪고 있을 때, 양
측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했는지, 자신과 반대 입장에 있는 동포를 어떻게 대했는지 하는 것은
깊이 음미해 봐야 할 부분이다.
역사적으로 보아, 백성과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정권은 민족 내
분쟁이 끝나면, 패배한 동포를 우대하면서 전쟁에 대해 문제삼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많은 사례가 있는 바, 중국의 당나라, 송나라
시절, 최근에는 미국의 남북전쟁 시기가 그 대표적 사례다. 남북전쟁
후 미국 남측의 리 장군과 부하들은 모두 사면 받았다.
반면 백성과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권은 정권 유지를 위해서 언제나
“가상의 적“을 만들어 모두의 관심을 거기에 집중시켰다.
전쟁으로 국민을 혹사시키고 있던 나치가 유태인을 독일 민족의 적으로 삼은 것은 그 한 예다. 러시아
혁명 후 공산주의자들은 민중에게 혁명 공약을 거의 지키지 않았다. 그러면서 알렉산더 콜챠크와 같은 인물을
악마적 존재로 부각시키면서 혁명과 전쟁 후에도 절대 용서하지 않았다.
안나 (엘레제베타 보야르스카야 분)
알렉산더 콜챠크의 <제독의 연인>이 지금 중국 내에서 상영되고 있다. 이 영화를 관람하는 중국인의
반응은 어떨까. 물론 아직도 “가상의 적“을 공격하면서 사리사욕을 채우는 중국인은 적지 않다. 이것이 이 영화에
대한 중국인의 엇갈린 반응의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NTD 코리아 뉴미디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