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돌려보자. 때는 1923년 9월, 당시 일본 땅에서는 귀를 찌를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계엄령이 선포됐다.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라는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이를 진압하기 위해 경찰과 군대가 총칼을 빼 들었다.
결국 수많은 사람들이 단지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무참히 학살됐다. 무려 6천여명이었다.
역사는 이 사건을 ‘관동대지진 조선인 대학살’이라고 기록했다.
‘인간 이하의 짓’이라고 일컬어지는 당시 일본의 만행. 그것은 무려 100년의 시간이 흐른 뒤 방송을 진행하던 출연진들까지 분노케 했다.
‘역사저널 그날’을 진행하던 출연진들이 일본의 만행을 설명하던 중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녹화를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지난 21일 방송된 KBS ‘역사저널 그날’에서는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날 방송에서는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의 진실을 그린 오충공 감독의 다큐멘터리가 소개됐다.
출연진들은 조선인 학살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다 같이 시청한 후, 쉽사리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겁고 뜨거운 침묵이 스튜디오에 감돌았다.
그러자 MC 류근은 “잠시 쉬었다가 녹화하자”고 말하며 녹화가 중단됐다. 그러고는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출연진들은 흥분한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자리를 뜨거나 휴식을 취했다.
최원정 아나운서는 “최초로 녹화가 중단됐다”고 말하며 “감정이 주체가 안 된다. 우린 왜 이런 거 안 배웠냐”고 말했다.
이후 출연진들은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과정에서 벌어진 일본의 끔찍한 만행을 설명했다.
이익주 교수는 “나라시노 수용소 학살은 물론, 도쿄만에는 조선인 시체가 떠다녔다”고 전했다.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은 역사에서 잊혀진 사건이다. 하지만 조선인들의 육체를 피로 물들이고, 그들의 눈을 어둠으로 물들인 일본의 만행임이 자명하다.
그리고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부산광역시 동래구 온천동에 홀로 외로이 서 있는 ‘일제 만행 희생자 위령비’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아직은 어둠이다. 밝혀져야 할 것이 가려진 이 허위의 빛은 빛이 아니다. 죽은 이들은 죽어 한 세기가 다 되도록 눈감지 못한 채 원통함으로 구천을 떠돌고, 죽인 자들은 대명천지 펄펄하게 살아 고개 쳐들고 설치는 여기는 아직 식민의 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