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미가 인종차별 속에서도 듣는 이들의 영혼을 사로잡았던 자신의 첫 데뷔 무대 일화를 언급했다.
지난 5일 방송된 KBS2 ‘대화의 희열’에는 성악가 조수미가 출연, 자신의 지난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는 시간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조수미는 과거 이탈리아 유학 시절 오페라 ‘리골레토’를 통해 데뷔한 경험을 전했다.
‘리골레토’는 오페라 3대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조수미는 해당 작품의 주인공 질다 역을 맡아 이탈리아 현지 5대 극장 중 하나인 트리에스테 베르디 극장에서 데뷔했다.
1980년대 당시만 해도 유럽에서의 동양인 주연은 굉장히 파격적이었다. 조수미가 최초였다.
그러나 조수미는 곧 난관에 봉착한다. 조수미는 “캐스팅이 된 것까지는 너무 좋았는데 지휘자, 무대 감독, 같이 공연하는 동료들이 다 저를 굉장히 경계하고 무시했다”고 털어놓았다.
일례로 연습을 할 때면 지휘자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조수미에게만 핀잔을 줬다고. 조수미는 자신이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겪었던 그러한 경험이 굉장히 괴로웠다고 고백했다.
그렇다면 조수미는 이같은 차별과 무시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고대하던 데뷔 공연이 있던 날, 조수미는 오히려 어른스럽게 장미꽃 한 다발을 지휘자 방에 보내놓고 무대에 올랐다.
다른 동료들의 불신 속에서 조수미는 참아왔던 모든 걸 기다렸다는 듯이 무대에 쏟아냈다.
떨리지 않았느냐는 프로그램 MC 유희열의 질문에 조수미는 “(오히려) 너무 좋았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온갖 설움을 감내하며 기다려왔던 무대가 바로 그 데뷔 무대였기 때문이다.
이어 “노래가 끝나자 관객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고 당시 기억을 회상했다.
이날 방송에는 실제 당시 조수미의 무대 현장을 담은 영상이 공개됐다. 조수미는 천상의 목소리로 독창을 소화하며 우아하게 연기를 끝마쳤고, 관객들은 영혼을 사로잡힌 듯 열띤 호응을 쏟아내는 모습이었다.
유희열은 그런 조수미에 “첫 무대에서 잘할 줄 알았냐”고 다시 물었고, 조수미는 곧바로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완벽한 무대를 위해 자기 파트뿐만 아니라 악보의 시작부터 끝까지, 세세한 기호 하나 빼놓지 않고 무대 전체를 완벽히 외워뒀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피나는 노력 끝에 거둔 멋진 데뷔 무대였던 것. 그간 자기를 무시했던 동료들 또한 공연이 끝난 뒤 꽃다발을 전해주며 같은 성악가로서 존중해주기 시작했다고 조수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