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은 이미 장성해서 자신의 품을 떠났는데, 엄마에게는 여전히 지우지 못한 마음의 짐이 있었다.
지난 4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인천광역시를 찾아 MC 유재석과 조세호가 시민들에게 퀴즈를 묻는 과정이 그려졌다.
이날 유재석과 조세호는 이곳 인천에 터를 잡아 맞춤옷을 만드는 일을 45년 동안 해오고 있다는 장금순 어머니를 만났다.
어머니에게는 아들 하나, 딸 하나가 있었다. 두 자식 모두 장성, 이미 독립했다고 어머니는 말했다.
그런 어머니에게 유재석은 “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순간이 있냐”는 질문을 건넸다.
참 바쁘고 고되게 산 인생이었다.
장금순 어머니는 “별로 그렇게 없다. 계속 열심히 살았으니까”라고 답했다.
잠시 주저하던 어머니는 “그럼에도 지울 수 있다면… 자식들에게 못 해준 나(를 지우고 싶다)”고 고백했다.
여태껏 후회할 겨를도 없이 살아왔지만, 그렇게 억척스럽게 살았던 만큼 자녀들에게 잘해주지 못했다는 말이었다.
어머니는 “해주고 싶은 것 다 해주고, 같이 놀러도 다녔어야 했는데…”라며 그런 것들을 해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옷을 만들고 팔며 살림을 꾸리느라 참 많이도 바빴다. 어린이날 한 번 데리고 놀러 가지도 못했다.
그렇게 놀아주지도 못하고 일했지만, 갖고 싶다는 것도 못 사주는 형편이었다.
그런 이야기들을 고백하며 장금순 어머니는 미안하고 또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가장 미안했던 일은 수십 년 전, 아이가 일곱 살일 때였다.
어머니는 “지금도 눈물 나. 아이가 팔이 부러졌는데, 병원을 같이 못 다녔어…”라며 “그때 고작 일곱 살 아이였는데 저 혼자 다녔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얼마나 오랜 세월 미안함을 가슴에 새겨왔을까.
이날 유재석과 조세호의 권유에 장금순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영상 편지 한 통을 띄워 보냈다.
“은영아, 준석아.
정말 미안하다.
지금 와서 너무 후회가 된다.
다시 한번 태어나 다오. 나의 아이로.
해주고 싶은 거, 너희들 하고 싶은 거 다 하게 해줄게…”
옆에서 어머니의 편지를 듣고 있던 유재석은 말을 잇지 못하고 눈가를 적셨다.
지우개로 지우고 싶은 일이 모두에게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또 다른 어머니는 자신이 식당을 하느라, 앞만 보고 사느라 바빠서 딸에게 못 해준 게 미안했다고 고백했다.
“맨날 미안하지, 못 해줘서… 우리 정은이한테 너무 많이 미안해요”
이후 딸도 방송에 나왔다. 딸은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엄마는 항상 최선을 다하셨다고, 그래서.
“엄마,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