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영 중인 드라마 중 가장 인기가 많다고 할 수 있는 JTBC ‘부부의 세계’.
“김희애 빼고 모두 정상이 아니다”라는 시청자들의 분통 섞인 반응이 대다수인 가운데, 그중에서도 가장 비난을 사고 있는 의외의 인물이 있다.
지선우(김희애 분)의 친구, 설명숙(채국희 분)이다.
최근 드라마 게시판이나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SNS를 살펴보면 “‘부부의 세계’에서 설명숙이 제일 싫다”는 반응이 많다.
극 중 지선우에게 직접적으로 고통을 준 인물은 남편 이태오(박해준 분)와 불륜 상대 여다경(한소희 분), 그리고 폭력과 협박을 저지른 박인규(이학주 분) 등이다.
설명숙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가장 큰 잘못을 꼽자면 지선우에게 불륜 사실을 숨겼던 것, 지선우와 이태오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는 것 정도다.
그런데 시청자들은 “내가 지선우였으면 설명숙 때문에 인간 혐오 생기고, 대인기피증 와서 다시는 사람 못 믿을 것 같다”고들 한다.
대놓고 악인인 이태오, 여다경보다도 왜 설명숙이 가장 밉다는 평가가 대다수일까.
‘부부의 세계’ 공식 사이트 인물소개에 따르면, 설명숙은 계산이 확실한 성격으로 스스로 손해 볼 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
개인주의자라 남의 부부 일에 휘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에 이태오의 불륜 사실을 알고도 지선우에게 말하지 않는다.
물론 설명숙에게는 지선우보다는 동창 사이인 이태오가 더 오래되고 가까운 친구이기도 하므로 이태오의 편에 선 것뿐이다.
여기에 일에 대한 욕심도 있기에 “지선우가 흔들리면 부원장 자리는 자신의 차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놓치지 않는다. 여기까지 설명을 보면 사실 충분히 이해는 되는 성격이다.
모순적이게도, 그래서 제일 미운 캐릭터다.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이라, 시청자들은 누구나 설명숙을 보면서 생각나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다. “아 그 사람 진짜 얄미웠는데…” 하며 설명숙의 행동에 몰입하고,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도 “설명숙이 그래서 뭘 잘못했는데?”라고 따져본다면 막상 할 말은 없다.
설명숙이 다소 위선적이긴 해도 벌을 줄 명분도 마땅히 있지는 않고, 도덕적으로 크게 비난받을 수준도 아니다.
역설적이지만 시청자들은 그래서 더욱더 설명숙을 미워할 수밖에 없다. 딱히 단죄할 수 없는 캐릭터라 보면 볼수록 더욱 답답함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선우도 친구의 가면을 쓴 설명숙이 자기 편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만 연을 끊지 못한다. 연을 끊을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사회생활 할 때를 생각해보자. 얄미워 죽겠는데, 연 못 끊는 사람 누구나 다 있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들은 ‘박쥐’ 설명숙을 보며 “내 주변에 이런 친구가 있을까 봐 두렵다”고 느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