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중 ‘계엄군’에게 끌려가 폭행당한 기억 떠올라 울컥한 유시민 (영상)

By 김연진

“그 사람 이름도 안 잊어버려요…”

민주주의의 열망이 군화에 무참히 짓밟히던 신군부 시절, 유시민은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그날의 끔찍한 기억을 잊을 수가 없었다.

지난 20일 방송된 KBS 2TV ‘대화의 희열’에는 유시민이 게스트로 출연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유시민은 학생운동에 참가했다가 계엄군에게 잡혀갔던 경험을 털어놨다.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로 끌려갔던 유시민은 수사관들에게 극심한 구타를 당해야만 했다.

KBS 2TV ‘대화의 희열’

유시민은 “진술이고 뭐고 없다. 그냥 엎어놓고 패는 거야 몽둥이로…”라며 끔찍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내가 글을 잘 쓴다는 사실을 그때 알게 됐다”라며 “진술서를 쓰고 있으면 그동안은 안 때린다. 그래서 (진술서를) 하루에 100장 쓴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또 “안 맞기 위해서 어떻게든 내용을 늘려 썼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유시민은 구타와 고문, 강제 진술을 주도했던 합동수사본부 수사과장을 언급했다.

유시민은 “수사과장이 ‘글 진짜 잘 쓴다’라고 칭찬했다”라며 “한 대라도 덜 맞아보려고 최대한 상세하게 쓴 것이었다”고 털어놨다.

KBS 2TV ‘대화의 희열’

이어 “핵심 정보는 노출 안 시키는 선에서, 최대한 상세하게 분량을 늘려 썼다”고 말했다.

그런데 과거를 유쾌하게, 혹은 담담하게 전하던 유시민은 갑자기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유시민은 “수사과장이 내 글을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라며 “아직도 그 국장 이름도 안 잊어버린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사람 진짜 나쁜 사람이거든…”이라는 말과 함께 눈을 질끈 감았다.

KBS 2TV ‘대화의 희열’

그의 표정에는 만감이 교차했다. 아니, 오히려 감정이라는 것이 없었다. 그에게는 몸으로 기억한 생생한 ‘감각’이었다.

괴로운 기억이 떠올라 잠시 말을 잇지 못한 유시민은 애써 웃으며 분위기를 수습하려고 노력했다.

유시민은 “그래서 내가 글을 잘 쓰는지 알게 됐다”라고 말하며 상황을 수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