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에게 이용당하고 건강까지 잃게 된다면 그를 용서할 수 있을까?
WBC 세계 챔피언 출신 박종팔과 그의 맞수였던 복서 이효필
복싱의 인연으로 20년 이상 이어진 관계가 단 한 번의 경기로 둘은 앙숙이 됐다가 한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연 사연을 소개한다.
2003년 당시 격투기 프로모션 사업을 하던 이효필은 박종팔에게 세 번이나 찾아가 자신과의 격투기 시합을 성사시켰다.
격투기 단체 홍보성 이벤트로 열린 경기였지만 시작 공이 울리자 둘의 승부욕은 불타올랐고 이효필은 박종팔의 다리에 여러 번 킥을 날렸다.
계약과 다른 로우킥 공격으로 심각한 다리 부상을 입은 박종팔은 경기를 진행할 수 없게 됐고 결국 이효필의 펀치를 맞고 다운돼 패배했다.
박종팔은 이로 인한 다리 골절로 10년이 넘게 한방 치료를 받고도 후유증에 시달리는 신세가 됐다.
밤에 잘 때가 되면 다리가 너무 아파 이효필 매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박종팔, 그리고 챔피언인 박종팔에게 무시당했다는 이효필이 EBS ‘대한민국 화해 프로젝트 용서’를 통해 다시 만났다.
이 방송은 지난 2013년 5월 전파를 되며 ‘용서’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10년 만에 중국에서 만난 둘은 웃으며 인사를 나눴지만 이효필이 지난 일에 대해 화해를 청하자 박종팔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진정성 없이 말로만 용서를 빌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효필은 바닥에 몸을 던지는 오체투지까지 하며 박종팔에게 용서를 구했지만 박종팔의 마음을 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둘은 50km의 사막 구간을 횡단하며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시간을 가지려 했지만 누구에게도 뒤처지기 싫어하는 이효필이 서둘러 앞장서면서 박종팔의 심기를 건드렸다.
사막을 걷는 내내 아웅다웅하던 둘은 그래도 텐트를 치고 라면을 같이 끓여 먹으며 차가웠던 마음을 녹이는 듯했다.
사막 오아시스에 있는 바란 지린 사원에 도착한 둘은 사원 계단에 앉아 다시한번 과거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다시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설전이 오가고 분위기가 가라 앉자 박종팔은 “내가 듣고 싶은 말은 진심으로 ‘그때 내가 약속을 안 지키고 신발을 신고 반칙을 해서 미안하다’였다”라고 말했다.
이효필은 박종팔의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며 또박또박 미안하다고 말하며 악수를 청했고, 박종팔은 손을 맞잡으며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박종팔은 서울에 올라와 친구도 없는 자신에게 카스테라 빵과 우유를 주며 같은 고향 친구라며 정답게 대해 준 이효필이 고마웠었다며 과거의 따듯한 마음에 고마움을 전했다.
그리고 이 둘은 몽골의 전통 부흐 씨름을 같이 하고 더욱 마음을 열었다.
그리고는 칭하이성 후주 토족 자치현의 부족에게 이 둘의 화해를 축하받고 앞으로의 축복의 술을 받았다.
훈훈하게 프로그램을 끝내면서 이효필은 “말로만 친구가 아니라 목숨도 내줄 수 있는 그럼 친구가 돼야겠죠?”라는 소감을 전했다.
박종팔 역시 “나를 경쟁자로 생각하지 말고 나보다 잘 돼서 내가 밥을 사달라고 할 수 있는 친구가 됐으면 좋겠어요” 라며 그 동안의 앙금을 한껏 거둬 냈다.
영상은 “약한 자는 절대 누군가를 용서할 수 없다 용서는 강한 자만의 특권이다”는 간디의 명언으로 마무리됐다.
6년이 더 된 방송이지만 원수처럼 미워했던 친구를 이해하게 되는 모습은 지금까지도 큰 공감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