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산골 마을에서 홀로 적적했던 한국 할머니에게 찾아온 미국 손자들. 말도 안 통하고 문화도 다르지만 함께 행복한 시간을 나누는 이들의 모습이 전해졌다.
지난 11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와썹 K-할매’에서는 미국에서 온 어린 4형제가 시골에 사는 한국 할머니 집에서 머무르는 며칠이 그려졌다.
첫째 11살 사일러스, 둘째 9살 손드레이, 셋째 6살 씨기, 넷째 4살 솔핀은 이번 방송에 출연하며 엄마 아빠 없이 경북 상주 산골 마을에 있는 한국 할머니의 집에서 3일간 지내게 됐다.
문제는 서로 언어가 아예 안 통한다는 것.
4형제를 만난 할머니는 우리말로 이름부터 물었지만, 4형제는 알아듣지 못했다.
이에 할머니가 스케치북에 자신의 이름 ‘우계화’를 먼저 쓰고 보여줬다.
눈치껏 알아들은 첫째 사일러스가 스케치북에 자기 이름과 동생들의 이름을 영어로 적어 보여주고 소리 내 읽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할머니가 알아듣지 못했다.
잠시 할 말을 잃고 고심하던 할머니는 줄 세워서 4형제를 앉힌 다음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너의 이름은 첫째, 둘째, 셋째, 넷째”
갑자기 열린 할매 작명소. 못 알아듣는 영어는 버리고 4형제에게 새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렇게 미국 4형제는 한국 시골 할머니의 손자가 됐다.
이후 첫째 날의 저녁 시간이 찾아왔다. 할머니는 4형제 전원을 소집했다.
할머니의 말 한마디에 아이들은 알아서 척척 할머니 곁으로 모여들었다.
4형제와 할머니는 옹기종기 함께 모여 저녁으로 먹을 칼국수 반죽을 빚었다.
아이들은 고사리손으로 직접 반죽을 만들어보며 무척이나 재미있어했다.
함께 준비한 칼국수를 아이들은 무척이나 잘 먹었다.
특히 아이들은 “할머니가 국수 위에 김을 얹어주셨는데 정말 맛있었다”고 했다.
저녁을 먹었으니 이제는 씻을 시간이었다.
난생처음 한국식 화장실에 입성한 4형제는 생애 처음 접하는 좌식 세면 시스템에 당황했다.
둘째는 어리둥절한 채 안경 벗는 것도 까먹고 세수하기까지 했다.
넷째는 할머니가 직접 씻겼는데, 넷째는 입에 물고 있는 쪽쪽이를 빼지 않으려고 했지만 할머니의 무심한 손길에 나가떨어진 쪽쪽이었다.
첫날 밤이 지나고 다음 날이 찾아왔다.
할머니는 4형제를 위해 한국 건강 보양식 백숙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셋째의 표정이 심상치 않더니, 울음을 터뜨리며 뛰쳐나갔다. 영문을 모르는 할머니는 당황했다.
알고 보니 이들 4형제는 미국에서 닭을 키웠는데, 할머니가 백숙을 요리하는 모습에 너무 슬펐던 것. 아이들은 요리된 백숙도 잘 먹지 못했다.
그저 예쁜 아이들에게 몸 좋으라고 보양식을 먹여주고 싶었던 할머니는 속상해하며 고민하다가 4형제를 집 뒷마당을 데려왔다.
데려온 이유는 미국식 강냉이, 즉 팝콘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였다.
할머니가 가마솥에 식용유를 콸콸 붓고, 옥수수를 투하하자 아이들은 엄청나게 신난 표정으로 구경했다.
가마솥 밖으로 팝콘이 튀어나오자 아이들은 땅에 떨어진 팝콘을 주워 먹기까지 하며 좋아했다.
팝콘을 가장 많이 먹은 막내는 “땡큐 그랜마(Thank you Grandma, 고마워요 할머니)”라고 옹알댔다.
팝콘과 함께 둘째 날도 지나고 마지막 날이 찾아왔다.
떠나기 전, 4형제는 각자 이름을 적은 장난감을 할머니에게 선물했다.
“우리가 오늘 떠나면 할머니 혼자 외로우시니까, 이 선물로 외롭지 않게 해드리자. 할머니가 우리를 오래 기억하셨으면 좋겠다”
첫째는 “할머니 집에 하루만 더 있고 싶어요”라고 말했고, 넷째는 손을 내밀어 할머니를 꼭 잡는 모습이었다.
이에 할머니는 꼬깃꼬깃 넣어둔 쌈짓돈을 꺼내 용돈으로 건넸다.
“너희들 가면 보고 싶어서 어쩌나. 할머니 많이 기억하고 또 와. 나도 너희 많이 기억할게. 이 기억 안 잊어버리고 내 평생 기억할게”
길을 떠나며 4형제는 연신 뒤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