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한국인을 ‘SKY 캐슬’을 보는 사람과 안 보는 사람으로 나눈다고 할 정도로 ‘SKY 캐슬’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으며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더욱이 혜나(김보라 분)가 죽으면서 자살인지? 타살인지? 범인이 누군지? 에 대한 다양한 스포일러가 커뮤니티를 달궜는데 17, 18화에서는 범인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면서 오히려 강준상(정준호 분)이 이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완벽한 부모 배경과 서울 의대 출신 의사라는 자부심, 신화고 전교 1등의 딸까지, 모든 것을 가진 강준상은 주남대 병원장을 삶의 목표로 치열하게 살아왔다. 그러나 척추센터장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자신의 출세를 위해 죽음으로 내몰았던 혜나가 자신의 혼외 자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완전히 무너져 내린다.
가눌 수 없는 죄책감과 딸을 잃은 슬픔에 강준상은 어머니 윤 여사(정애리 분)을 만나지만 윤 여사는 냉담한 표정으로 “딸보다 더 위중한 환자를 먼저 살린 의사”라고 말해 억장이 무너지게 한다.
강준상은 “저 이제 어떻게 할까요. 어머니가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해서 학력고사 전국 1등 했고, 어머님이 의대 가라고 해서 의사 됐다. 어머니가 병원장 되라고 해서 그거 해보려고 기를 쓰다가 내 새끼인 줄도 모르고 혜나를 죽였다”며 오열한다.
“내일모레 쉰이 되도록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놈으로 만들어놨다”며 어머니를 원망하는데 시청자들은 이것이 바로 ‘SKY 캐슬 엄마식 자녀 교육’의 말로라며 공감했다.
사회와 가정에서 완벽한 성공을 이룬 것 같았던 강준상은 사실 윤 여사의 프로그램에 따라 길러진 나약한 존재임이 드러난 것이다.
강준상은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선배 의사 박수창(유성주 분)을 찾아간다. 박수창은 “한 치 앞만 내다보지 말고 10년, 20년 뒤를 보라며” 강준상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라고 조언한다.
집에 돌아온 강준상은 어머니와 아내를 불러 놓고 “제 인생이 빈껍데기뿐이다. 내가 위만 쳐다보지 않고 옆도 돌아보고 했으면, 혜나 저렇게 죽이진 않았을 거다”며 사표를 낼 거라고 말한다. 윤 여사는 “인제 와서 네 놈이 날 배신해? 절대 안 돼. 사표 내려면 날 죽이고 내”라며 분노하고 통곡한다.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아내에게도 “욕심 내려놔. 예서 인생과 당신 인생은 다르다” 며 “남의 인생 망쳐놓고 예서가 서울 의대 간다고 한들 제대로 살 수 있겠냐”는 진심 어린 충고를 한다.
어머니가 만들어 놓은 인생 스케줄에 맞춰 사느라 고군분투했던 강준상이 자신의 딸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나서야 삶에 대한 제대로 된 안목이 생긴 것일까? 아내에게 지금이라도 시험지 유출에 대한 사실을 밝히라고 한다.
작가는 강준상이라는 인물을 통해 삶의 기준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 같다.
18화의 마지막, 강준상의 아내 한서진이 김주영 선생으로부터 유출된 중간고사 시험지를 받는 장면으로 끝난다. 한서진이 결국 예서의 서울 의대 입학을 포기하지 못하고 김 선생과 공범이 될 것인지? 아니면 남편의 뜻에 따라 억울할 사람이 없도록 사건 해결에 협조할지? 시청자들은 예측할 수 없는 결말에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