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깡통 줍던 할머니의 외투 주머니에 ‘5만 원’ 넣어주고 급히 사라진 남성

By 이현주

“할머니, 맛난 거 사드세요.”

골목 폐기물 더미에서 깡통을 줍고 있던 할머니에게 한 남성이 온정의 손길을 내밀었다.

17일 연합뉴스는 대전시 대덕구에 사는 A(78) 할머니의 따뜻한 사연을 보도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 A 할머니는 집 주변 골목길에서 깡통을 줍기 위해 폐기물 더미를 뒤적이고 있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연합뉴스

이때 한 중년 남성이 다가와 “무엇을 찾으시냐”며 말을 걸었다.

몇 마디를 주고받은 남성은 할머니 외투 주머니에 무언가를 넣어주고는 급히 뛰어갔다.

할머니가 그의 뒷모습을 향해 “이게 뭐냐” 물었더니 “내일이 크리스마스니, 손주들이랑 통닭이라도 사드시라”라는 말만 돌아왔다.

남성이 사라진 뒤 할머니가 주머니 속 물건을 꺼내 봤더니 5만 원 지폐였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연합뉴스

A 할머니는 연합뉴스에 “그 사람이 내가 깡통을 주워다 팔아 생활하는 노인인 줄 알았나 보다”라며 멋쩍어했다.

사실 생활 형편이 넉넉한 A 할머니가 버려진 깡통을 찾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유아차를 밀며 폐지와 폐깡통을 주으러 다니는 ‘꼬부랑 노인’ 부부에게 주기 위해서였다.

90세를 훌쩍 넘긴 것 같은 노인 두 명이 힘겹게 폐지를 줍는 모습을 본 A 할머니는 안타까운 마음에 선행을 시작했다고 한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KBS 뉴스 캡처

A 할머니는 “어차피 운동 삼아 매일 산책하는 참에 버려진 깡통 등이 있으면 가져다 놨다가 두 분에게 드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중년 남성이 불쑥 건네고 간 5만 원을 허투루 쓸 수 없다며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할머니는 “노인 두 분에게 드릴지, 아니면 조금 더 보태 어디에 기부할지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두 사람의 따뜻한 마음이 매서운 겨울 한파를 녹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