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고발로 34년째 이어진 무료급식 ‘밥퍼’가 중단 위기에 처했다

By 이현주

서울 청량리에서 34년째 이어지고 있는 무료급식사업 밥퍼나눔운동(밥퍼)이 최근 서울시·지역 주민과의 갈등 속에 위기를 맞게 됐다.

1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동대문 경찰서에 다일공동체 대표 최일도(65) 목사를 상대로 건축법 위반 혐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최 목사가 시유지인 동대문구 답십리동 554번지 일대에서 지난해 6월부터 무단으로 증축 공사를 진행했다는 이유다.

최일도 목사/ 페이스북 캡처

최 목사는 1988년 11월부터 ‘쌍굴다리’라 불리는 답십리 굴다리 지하차도에서 라면을 끓여 나눠주는 것을 시작으로 무료급식사업을 시작했다.

2009년에는 시유지인 현재 자리에 가건물을 짓고 매일 아침 노인·노숙인 등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해왔다.

그러던 지난해 6월 노후한 밥퍼 본부 공간 리모델링을 위해 건물 증축 공사를 시작했다.

관할인 동대문구청은 2차례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지만, 최 목사는 이를 따르지 않았다.

연합뉴스

주민들의 민원까지 이어지자 구청 측은 서울시에 고발을 요청했다.

구청 관계자는 “(최 목사가) 계속해서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주민들도 밥퍼 때문에 다른 동네 노숙인까지 모인다고 민원을 넣으셔서 달리 방법이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지역 주민들은 차제에 밥퍼가 다른 동네로 이전하는 등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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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쌍굴다리 인근은 과거 ‘청량리 588’이라 불리던 사창가였는데 지금은 마천루도 들어서는 등 서울 중심가로 이미지를 바꾸고 있다”라며 “밥퍼는 음침하고 가난했던 옛 동네를 떠올리게 하는 시설”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최 목사는 6일부터 9박 10일의 묵언·단식기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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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16일 무단 증축에 따른 고발 사실을 인정하면서 관련 규정에 적합하게 시설물이 사용될 수 있도록 다일복지재단과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도 서울시와 밥퍼 측의 협의 결과를 지켜본 뒤 입건과 수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