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사실 까맣게 잊고 아내에게 두 번째 프러포즈를 한 알츠하이머 남편

By 이현주

미국 중년 부부가 12년 만에 다시 결혼식을 올린 사연이 전해졌다.

알츠하이머를 앓는 남편이 아내와 이미 부부 사이라는 점을 까맣게 잊은 채 다시 청혼했기 때문.

페이스북 ‘Oh Hello Alzheimer’s’

21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코네티컷주의 한 시골마을에 사는 리사(54)와 피터 마셜(56) 부부는 올해 4월 두 번째 결혼식을 올렸다.

2001년 이웃으로 만난 두 사람은 2009년 결혼했다.

당시 둘 다 재혼이었고 이전 배우자와의 사이에 낳은 자녀가 있었다.

부부가 다시 결혼식을 올린 것은 남편의 투병 때문이다.

페이스북 ‘Oh Hello Alzheimer’s’

2018년 아직 53세밖에 안 된 피터에게 조기 발생 알츠하이머 증세가 발병한 것이다.

리사는 직장을 그만두고 남편을 돌봤지만, 피터의 기억은 점점 사라져 갔고 결국 아내와 결혼한 사실까지 잊어버렸다.

지난해 말 둘이 함께 텔레비전을 보던 중 결혼식 장면이 나오자 피터는 “우리도 결혼하자”고 깜짝 청혼했다.

다음 날 피터는 그런 말을 한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페이스북 ‘Oh Hello Alzheimer’s’

그러나 리사는 그들의 사랑을 새롭게 축복하기 위해 두 번째 결혼식을 올리기로 마음먹었다.

두 사람은 6주 후인 지난 4월 중순 자녀와 친지, 지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다.

피터는 싱글벙글 웃었으나 그를 제외한 모두는 펑펑 울음을 터뜨렸다.

페이스북 ‘Oh Hello Alzheimer’s’

그럼에도 리사는 “동화에나 나올 법한 마법 같은 시간이었다. 피터가 행복해하는 모습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고 흐뭇해했다.

피터는 이제 리사를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도 리사는 “괜찮다. 일상생활의 어려움은 여전하지만 ‘곁에 있어 줘 고맙다’는 피터의 인사만은 여전히 생생하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Oh Hello Alzheimer’s’

리사는 그동안 ‘오 헬로 알츠하이머스’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계정을 운영하며 남편과의 삶을 기록해 왔다.

이 사연이 알려지면서 해당 계정에는 많은 누리꾼들의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