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의 ‘부채’에 숨겨진 이야기

제갈량은 8~9살 때까지 말을 하지 못했다. 제갈량의 아버지는 가난한 집안에 보탬이 되고자  제갈량에게 근처 산에서 양을 치게 했다.

산에는 백발의 도인이 사는 도교 사원이 있었다. 도인은 매일 사원 밖을 산책하다가 제갈량을 보면 손짓으로 이것저것 물으면 제갈량은 항상 손짓으로 하나하나 성실히 대답했다.

도인은 그런 제갈량을 귀엽게 여겨 말하지 못하는 병을 고쳐주었다. 그리하여 말을 할 수 있게 된 제갈량은 매우 기뻐서 도인에게 감사의 절을 올렸다.

도인은 “집에 돌아가 부모님께 말씀드려라. 나는 너를 제자로 삼아 천문과 지리, 음양 팔괘와 용병술을 가르치고 싶구나. 부모님이 동의한다면 하루도 빠짐없이 와서 공부하여라!”라고 말했다.

Shutterstock

이때부터 제갈량은 이 백발의 도인을 스승으로 모시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산에 가서 가르침을 받았다. 영리한 제갈량은 온 마음을 다해 도사의 가르침을 배웠다. 책을 읽으면 잊어버리는 법이 없고 한번 들으면 바로 기억해내 도인은 그런 제갈량을 더욱 총애했다.

어느덧 7, 8년의 세월이 흘렀다.

어느 날 제갈량이 산 중턱에 버려진 암자를 지날 때였다. 갑자기 거센 바람이 불더니 천지를 뒤엎을 기세로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제갈량은 비를 피하려고 급히 암자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한 번도 보지 못 했던 여인이 제갈량을 방으로 맞이했다. 제갈량은 선녀처럼 아름다운 여인을 보고 마음이 흔들렸다.

비바람이 잦아들어 제갈량이 떠날 때 여인은 문밖까지 나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이것도 인연이네요. 앞으로 산을 오르내릴 때 목마르거나 지치시면 언제든지 오셔서 차를 드시고 쉬세요.”

제갈량은 암자에서 나오면서 ‘여태껏 암자에 사람이 사는 것을 왜 한 번도 못 봤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Shutterstock & Epoch Times

그 후부터 제갈량은 매일 암자를 방문했다. 여인은 직접 만든 음식으로 제갈량을 극진히 대접했고 식사 후에는 담소를 나누거나 장기를 두며 놀았다. 제갈량은 공부하는 사원과는 또 다른 세계에 점점 정신을 빼앗겼다.

그러다 보니 제갈량은 예전처럼 공부에 몰두하지 못해 스승의 가르침은 머릿속에 남지 않았고 적어 둔 것도 잘 기억하지 못했다.

도인은 제갈량을 불러 길게 탄식하며 말했다.

“나무를 망가뜨리기는 쉬워도 심기는 어려운 법이거늘! 몇 년의 수고가 헛되었도다!”

제갈량은 스승님의 뜻을 알아듣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스승님! 저는 스승님의 수고를 저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 말을 믿을 수 없구나. 나는 네가 영리해서 인재로 키우려고 너의 병을 치료하고 제자로 삼았다. 몇 년간 너는 영리하고 부지런해 이 스승이 힘들게 가르쳐도 전혀 수고스럽지 않았다. 지금 너의 부지런함은 나태함으로 변해 영리하다 한들 헛되구나! 그런데도 나의 수고를 저버리지 않겠다고 하는 말은 내가 믿을 수 있겠느냐?”

“바람이 불지 않으면 나무가 움직이지 않고, 배가 흔들지 않으면 물이 탁해지지 않는다.”

도인은 칡덩굴이 휘감고 있는 정원의 나무를 가리키며 제갈량이 보도록 했다.

“보아라. 너는 저 나무가 무엇 때문에 죽지도 살지도 못한 채 위로 자라지 못하는지 아느냐?”

“칡덩굴이 너무 세게 감고 있기 때문입니다.”

“맞다! 나무는 산에서 자라며, 돌이 많고 흙이 적으면 잘 자라지 못한다. 하지만 뿌리가 아래로 파고들고, 가지가 위로 자라면, 더위도 추위도 상관없이 점점 커지고 자라난다. 그런데 칡덩굴이 세게 감고 있으면 자라날 수 없게 되지. 나무는 덩굴을 가장 무서워한다!”

영리한 제갈량은 스승을 속이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스승님! 다 알고 계셨습니까?”하고 물었다.

Pixabay

“물을 가까이하면 물고기의 성질을 알고, 산을 가까이하면 새의 소리를 알게 된다. 네 안색과 행동을 보고 어찌 네 생각을 모를 수 있겠느냐?”

잠시 말을 멈추고 도인은 엄숙하게 말했다.

“사실을 말하겠다. 네가 좋아하는 그 여인은 사람이 아니라 천궁(天宫)의 학이다. 서왕모(西王母, 선녀들을 지배하는 여제)의 복숭아를 탐하여 천궁으로부터 내쳐져 고통을 받는 것이다. 인간 세계에 와서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해 일하지 않고 향락만을 추구하고 있다. 너는 어찌 그것의 아름다운 외모만 보고 그냥 놀고먹는다는 것을 몰랐단 말이냐. 네가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면, 평생토록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 여인의 뜻을 따르지 않으면 그녀는 너를 해칠 것이다.”

제갈량은 이 말을 듣고 당황하여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

“그 학은 매일 밤 자정에 원래의 모습이 되어 은하수로 날아가 목욕하는 습성이 있다. 그때 네가 방으로 들어가 입고 있던 옷을 불태워야 한다. 그 옷은 천궁에서 훔친 것으로 태워버리면 다시 여인으로 변하지 못할 것이다.”

제갈량은 스승의 말대로 하겠다고 대답했다. 제갈량이 떠나려 할 때,도인은 용 머리가 장식된 지팡이를 주며 말했다.

“그 학이 암자에 불이 난 것을 알면 바로 은하수에서 날아올 것이다. 그리고 네가 그 여자의 옷을 태운 것을 보면 절대로 너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만약 너를 해치려 하거든 이 지팡이로 쳐라. 명심하거라!”

그날 밤 자정에 제갈량은 은밀히 암자로 향했다. 방문을 열자 과연 스승님의 말씀대로 침대 위에 옷만 있고 그 여인은 없었다. 제갈량은 바로 불을 붙여 옷을 태워버렸다.

은하수에서 목욕하던 학은 문득 이상한 낌새가 들어 황급히 밑을 보니 암자에 불이 나고 있었다. 학은 얼른 날아 내려와 옷을 태우는 제갈량을 보자 달려들어 눈을 부리로 쪼려 했다. 제갈량이 지팡이로 학을 쫓으며 손을 뻗어 학의 꼬리를 잡았다. 학은 죽기 살기로 날개를 치고 하늘로 올라갔지만 꼬리털은 제갈량에게 뽑히고 말았다.

꼬리가 민둥해진 학은 천궁의 다른 학들과는 달라 이제는 은하수에서 목욕할 수 없었고, 천궁에 잠입해 아름다운 여자로 변할 수 있는 옷도 훔칠 수 없었다. 그래서 영영 인간 세계에 남아 흰 학의 무리에 섞여 들어갔다.

그때부터 제갈량은 학의 꼬리털을 보며 이 교훈을 잊지 않았다.

이후 제갈량은 더욱 부지런히 공부에 몰두해 스승의 배움을 마음으로 깨달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1년 후 제갈량이 여인의 옷을 태웠던 그 날 도인은 웃으며 제갈량에게 말했다.

“제자야, 우리가 함께한 지 벌써 9년이 되었구나. 너는 읽어야 할 책을 모두 읽었고 내가 전해야 할 내용을 모두 들었다. 옛말에 스승은 입문하도록 인도만 해 주고 수행은 각자의 몫이라고 했다. 이제 18살이 되었으니 하산하여 네가 해야 할 일을 하도록 해라!”

제갈량은 스승이 ‘다 가르쳤다’고 하자 황급히 간청했다.

“스승님, 저는 공부하면 할수록 제 지식이 얕은 걸 느낍니다. 아직 스승님께 배우고 싶습니다.”

“진정한 능력은 실제 사용하면서 얻어지는 것이다. 책에서 알게 된 것은 천지 만물의 변화를 보고 때에 따라 바꾸고 때에 맞게 처리해야 쓸모가 있다. 예를 들어 네가 그 학을 통해 얻은 색정에 미혹되지 않겠다는 교훈은 직접적인 것이다. 세상의 모든 사물의 겉모습에 미혹되지 않고 그 본질을 통찰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내가 마지막으로 당부하는 말이다! 오늘 나는 떠나야겠다.”

“스승님, 어디로 가십니까?” 제갈량은 놀라서 물었다. “나중에 어디로 가야 스승님을 만날 수 있습니까?”

“정처 없이 전국을 돌아다닐 것이다.”

제갈량의 눈에 뜨거운 눈물이 맺혔다.

“스승님이 꼭 가셔야겠다면 제자의 절을 받아 주십시오. 스승님의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제갈량이 몸을 굽혀 절을 하고 머리를 드니 스승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때부터 백발 도인의 종적은 묘연해 찾을 길이 없었다.

도인은 떠나기 전 제갈량에게 팔괘 옷을 선물로 남겼다. 제갈량은 스승을 그리워하며 항상 팔괘 옷을 걸쳐 스승을 자신의 곁에 두었다.

제갈량은 스승이 남긴 마지막 가르침을 잊지 않기 위해 몸에 지니던 깃털을 부채로 만들어 색정에 빠지지 않고 신중히 행동할 것을 다짐했다. 이것이 바로 제갈량이 들고 다니던 부채의 유래이다.

Epoch Times

 

 
RELAT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