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꿈일까 두렵다”…49년 만에 아들 되찾은 사연

By 허민 기자

“진짜 원섭이구나!”

한눈에 아들을 알아본 한기숙(77) 씨는 눈물을 흘리며 한때 이름이 최원섭(53)이었던 아들을 꼭 껴안았다. 아들 역시 울음을 터뜨렸다.

한 어머니가 49년 만에 극적으로 아들을 찾아 화제가 되고 있다.

한 씨는 당시 동작구 흑석동에서 남편, 두 명의 아들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1969년 9월 22일, 최원섭(당시 5세) 군은 한 씨 부부와 알고 지낸 이웃집 하숙생 박순희(당시 20세)와 함께 남대문시장에 놀러 나갔다. 그 후 아들의 소식은 끊겼다.

한 씨 가족과 실종된 최 군(한기숙 씨 제공)

그 날 이후 한 씨에게는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박 씨를 유괴범으로 신고하고 아들을 찾으러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언론에도 수차례 출연해 눈물로 아들을 찾아달라 호소했다.

하지만 세월은 야속하게만 흘러갔고 아버지 최상우(82) 씨도 아들을 찾다가 결국 치매에 걸렸다. 그래도 최 씨는 아들을 잊지 않으려고 하루에도 수십 번 아들 이름을 불렀다고 한다.

아들인 최 군은 당시 자신이 버림받았다고 생각해 부모를 원망하며 살았다. 유괴범이었던 박 씨에 의해 다른 가정으로 입양된 그는 부모가 자신을 찾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르고 자신을 사생아라고 생각해 50년 가까이 부모를 찾지 않았다.

당시 실종 전단 (한기숙씨 제공)

한 씨 모자가 반세기 만에 상봉이 가능했던 이유는 지난해 3월 한 씨가 경찰서에 자신의 유전자를 등록하면서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처럼 6개월 후인 지난해 9월 아들도 경찰서를 찾아 “잃어버린 가족을 찾고 싶다”라며 유전자를 등록했다. 자신의 정체성이 궁금했고 친어머니에 대해 그리움도 컸기 때문이다.

이후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고 5개월 만에 두 사람 간 친자 관계가 성립된다는 최종 결과가 나왔다.

한 씨는 “1969년 고작 5살 나이에 황망하게 엄마의 품을 떠났던 아들이 어느덧 53세의 희끗희끗한 중년이 돼 돌아왔다”라면서 “원섭이라는 이름보다 낯선 이름의 아들 곁에 며느리와 아버지를 똑 닮아 훤칠하게 잘생긴 손주까지 있었다”라고 전했다.

한 씨는 “아직도 아들을 다시 만난 것이 꿈일까 두렵다”라고 말했고, 아들도 “친부모를 찾은 만큼 앞으로도 자주 찾아가 지금까지 못다 한 효도를 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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